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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당장 검역 중단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본 등 주변국도 수입을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형마트에서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해 실질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지 않을 것임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역중단 신중한 농식품부=농식품부는 지속적으로 "검역중단 등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검역 중단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농식품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국에 우선 관련 정보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에서 확인된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른 통상마찰을 예방하기 위한 우선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무턱대고 검역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는 미국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역중단을 하게 되면 시중 유통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수입금지 효과가 있다.
실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미국은 자국산 쇠고기 수출을 중요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농무부는 이번 광우병 발생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정한 미국의 광우병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은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조건'을 따른다. 한미 FTA와는 별개다. 위생조건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경우 OIE가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부정적으로 변경하면 미국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농무부의 주장처럼 OIE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검역중단 을 통한 수입제한 조치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지난 2008년 6월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상의 이유로 수입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도 수입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과 안전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 정부는 2003년 12월 미국에서 최초로 소해면상뇌증(BSE)이 발생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농식품부의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생긴 소는 국내에 수입되는 쇠고기와는 차이가 있다"며 "미국 상황을 보다 정확히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한 뒤 향후 검역중단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쇠고기 수입은 미뤄질 듯=이번 사건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적인 수입제한 조치는 쉽지 않지만 추가 수입개방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일 미 의회에 제출한 '2012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NTE)ㆍ위생검역(SPS) 보고서'에서 "완전히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중요 우선순위로 설정했다"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완전한 적용을 위한 협의를 조만간 한국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산 소 가운데 30개월령 미만이고 도축 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쇠고기만 수입해왔다.
SRM은 광우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단백질인 변형 프리온이 많이 들어 있는 두개골ㆍ척추 등 7개 부위다. 즉 수입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속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이 같은 요구는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우병 발생에 따른 소비자 불안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는 2008년 추가협의 내용대로 즉각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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