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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대표가 임원 전체 연봉의 40%… 기본급 비중 지나치게 높아

■보수 분석해보니

배당·성과급 비중 높여 책임경영 토대 마련해야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5억원 이상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함에 따라 2013년도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1일 주요 그룹 오너와 계열사 대표들의 지난해 연봉이 대부분 공개됐다. 이날 사업보고서에 제출된 5억원 이상 등기임원들의 연봉을 분석해본 결과 지급된 급여에서 기본급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고 총 등기임원의 보수 중 오너나 대표들의 보수 비중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지급된 급여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낮다는 점은 오너나 대표들의 보수가 성과와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기본급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동안 등기임원들의 총 보수만 공개돼 오너들의 정확한 연봉을 알 수 없어 오너들의 성과와 연봉을 연관 짓기 어려웠지만 오너들의 연봉이 공개된 만큼 연봉이 성과와 연계돼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거울이 공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당과 성과급 비중을 높여 오너와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동으로 10대 그룹 내 연봉이 공개된 오너와 최고경영자(CEO)의 사례 119건을 취합해 분석해본 결과 오너나 대표가 평균적으로 등기임원 전체 연봉의 39.24%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LG생명과학의 경우 등기이사 2명의 보수 총액은 12억5,800만원이지만 이 중 정일재 대표의 연봉은 92.21%에 해당하는 11억6,000만원에 달한다. GS건설의 경우에도 등기임원 3명의 보수 총액은 31억3,200만원이지만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보수는 이 중 55.14%에 해당하는 17억2,700만원에 달했다. 그룹별로 오너나 대표가 총 등기임원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은 한화그룹이었으며 평균적으로 49.74%의 비중을 차지했다. LG그룹(48.9%), SK그룹(42.7%) 등도 40%를 넘어섰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오너나 대표들이 총 등기임원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앞으로 계속 공개되는 만큼 오너나 대표들은 제 밥값을 하고 있는지 항상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CEO와 오너의 연봉이 실적과 충분히 연계되는지, 그들이 갖는 책임에 걸맞은 수준인지를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기본급의 비중 역시 평균 52.77%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는 기본급만으로 연봉이 이뤄져 있기도 했다. 그룹 평균별로는 GS그룹이 기본급 비중이 91.77%로 가장 높았고 현대자동차그룹(81.91%), LG그룹(73.33%)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오너와 대표의 연봉을 독립적인 보상위원회서 결정하고 배당을 높여 성과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부분은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보상위원회는 CEO와 경영진의 보수체계를 설계하는 책임이 있는 이사회 내 기구다.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700여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56개만 보상위원회를 설치했고 그나마 보상위원회에 CEO가 포함돼 독립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56개사 중 21개사에 달했다. 보상위원회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어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셈이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상장할 때 보상위원회 설치는 의무규정이기 때문에 상장사라면 모두 보상위원회를 갖추고 있고 구성 또한 모두 사외이사로 꾸려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보상위원회를 갖추고 있는 업체가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0%도 안 되고 있더라도 CEO가 포함돼 있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너와 대표들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재무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통해 지배주주와 CEO에 대한 연봉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과 연동을 위해 연봉보다 배당을 늘리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본급보다 성과급을 높이는 방안과 더불어 주주와 함께 성과를 공유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고 보는 것이다. 배당주펀드를 운용하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실적과 배당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와 CEO의 보수를 배당과 연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최근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에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가 늘고 있는데 오너와 CEO의 성과 연계효과뿐만 아니라 선제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위해서도 배당을 늘리는 것은 유효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번 연봉 공개의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급여와 성과급으로 애매하게 구분돼 있는데 이를 기본급·성과급·인센티브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주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도록 보수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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