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앞세운 전기전자(IT) 업종의 3ㆍ4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전체 상장사의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정 기업과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면 철강과 조선, 기계의 영업이익은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법인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71개사의 3ㆍ4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5조8,035억원, 28조8,834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0%, 14.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1조7,9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3.03%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3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에는 삼성SDI가 관계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흡수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영업이익과 순이익 각 1조7,000억원이 반영됐다.
업종별로 보면 IT업종이 무려 5배에 가까운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실적 하락을 막았다. 실제로 IT업종의 영업이익은 9조2,8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751억원)보다 무려 37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서도 7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1년전에 비해 91.0%나 급증한 8조1,246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1%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IT업종의 영업이익은 전체의 43%를 차지해 지난해 같은 기간(13%)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수출이 늘고 반도체 등도 다소 호조를 보이면서 사실상 IT업종이 나홀로 국내 상장사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또 전기가스업종의 영업이익도 1조1,100억원으로 206%나 늘었고 음식료품도 4,937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조선, 기계, 철강 등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업종의 불황 여파로 운수장비업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1조원이나 줄어든 2조2,732억원에 그쳤다. 철강도 중국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1조4,189억원으로 20%나 줄었고 기계 또한 40% 급감한 2,216억원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의 3ㆍ4분기까지 올 누적 매출액은 1,180조3,9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1%, 4.54% 줄어든 73조8,314억원, 53조2,261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외형을 늘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채산성 악화는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분석 대상기업 631개사 가운데 453개사(71.8%)는 3ㆍ4 분기에 순이익을 올렸지만 178개사(28.2%)는 적자를 기록했다.
서영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총괄팀장은 “3ㆍ4분기에는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끈 반면 내수업종들의 경우 이익 증가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이같은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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