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화 돼야 한류도 글로벌화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단일민족 옛말… 배타적 사고 버려라 이종배 기자 ljb@sed.co.kr 관련기사 규제완화가 너무 심하다? 세계 13위 경제대국 대외원조는 '쥐꼬리' 세계지도 정보에 등록된 전세계 국가는 총 237개국(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국적은 몇 개국이나 될까. 법무부에 따르면 195개국의 국적 소유자가 현재 한국에 거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세계 국가의 8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교역량 또한 6,0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에서 거래하지 않은 국가를 찾기가 힘들다. 대표적 수출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1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 기업도 2,400여개를 넘어섰고 이들이 고용한 근로자도 전체 취업자의 6.1%에 달한다. 우리가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국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타인종ㆍ문화 등에 대한 배타적 사고에 젖어있다. 이러한 타인종ㆍ문화에 대한 배타적 사고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의식의 선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의식의 후진성 때문에 매우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충고했다. ◇단일 민족ㆍ경제 시스템 넘어선 한국=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국적은 195개국이다. 국제 결혼자 출신국도 117개국에 이른다. 195개국의 외국인 수는 93만명으로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1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민족 국가로의 전환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지금의 인천 인구보다 많은 253만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에는 남한 인구의 10%가량인 9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세계에서 오지와 섬 나라를 빼고 웬만한 나라의 사람은 다 들어와 있을 만큼 사회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반에서도 한국은 더 이상 단일 코리아가 아니다. 전체 국내 기업의 매출에서 외투 기업의 비중은 2003년 4.9%에서 2004년 4.7%, 2005년 6.1%로 6%를 넘었다. 2005년도 외투 기업의 수출은 총 481억7,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16.9%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상품 무역수지 흑자의 25%가량인 58억달러를 외투 기업이 차지할 정도다. 자본시장도 이미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최상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과장은 “미주ㆍ유럽 등 외국에서 한국 설명회(IR)를 하면 시골 촌부부터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석한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도 잘 알고 있어 깜짝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도 한국 사람으로 끌어들여야=자본ㆍ경제ㆍ인종은 글로벌화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배타적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우리의 편견이 대표적 예다. 결혼 이민자와 자녀 등 신(新)한국인으로 통칭되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정책도 그렇다. 정부가 결혼 이민자 등 재한 외국인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국인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온정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게 현실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나이 든 사람부터 젊은 사람까지 여전히 민족의식에 젖어 있다”며 “길거리나 시내버스에서 외국인이 떠들 경우 이를 인종 등으로 연결해 나쁘게 보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시각”이라고 전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과거 우리의 경제성장 자체가 외국에서 돈만 끌어다 토종기업을 육성하는 배타적 모델이었고 사회ㆍ경제 전반에도 이 같은 경향이 배어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외국 기업이라도 우리 땅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면 한국 기업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외국인 노동자도 한국 사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에 문을 열어야 한류도 세계화=‘동질 시스템이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 시스템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된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던진 충고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가경쟁력 1위로 평가받는 싱가포르를 보자. 그곳에는 배타적 사고 방식이 아닌 다양성이 공존하고 있다”며 “다양성이 공존하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 우리 국민의 힘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외국 기업ㆍ국민의 참여가 있어야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며 “다원 사회가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단계”라고 충고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서비스 분야가 낙후된 가장 큰 이유는 내 것만 보는 배타적 시각이다. 제조업은 오래 전부터 해외로 나가 글로벌화됐지만 서비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서비스업에 각종 규제가 얽혀 있고 이를 풀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디워’의 감독 심형래씨.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미국인의 시각이 아니다. 옆에 있던 한국인의 질시와 무시가 가장 심했다…. 우리가 먼저 세계화돼야 한류도 세계화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세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의 멋과 맛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선진화의 키워드로 32.8%가 국민의식 개혁을 꼽았다. 내 것만 최고로 여기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배타적 사고 방식의 개선 없이는 선진국 동참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입력시간 : 2007/08/06 17:57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