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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급체계 뿌리 '흔들'
입력2002-03-01 00:00:00
수정
2002.03.01 00:00:00
의약분업 영향…'돈되는 과목'만 전공의 몰려 개원정부의 의약분업제 도입으로 건강보험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병원은 물론, 대학병원까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의료공급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일 병원협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의약분업 직전인 2000년 봄 A대병원 안과 교수 전원이 집단 사퇴하고 개원한 것을 신호탄으로 대학병원 안과ㆍ피부과ㆍ이비인후과ㆍ성형외과ㆍ비뇨기과의 경우 교수충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비인후과는 전국 대학병원 인력 150여명 중 30% 이상이 개원, 아예 교수가 없거나 모자라 진료과목을 폐쇄ㆍ축소 조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의 급속이탈 원인은 한 마디로 개원을 하면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공정거래위원회나 등 정부 일각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에 대한 제약사의 해외학회 지원조차 리베이트로 바라보는 마당에 '허상' 보다는 현실적인 실리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전공의(레지던트) 선발과정에서도 색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전공의를 뽑는 BㆍC대학병원의 경우 의대 졸업성적 1~10위까지 성적 우수자들이 전통적인 지원 1순위였던 내과를 외면하고 '돈'이 되는 안과ㆍ피부과ㆍ성형외과 등을 지원했다.
S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흉부외과 지원을 부탁했지만 올 전공의의 경우 5명 정원에 3명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의약분업이 이런 결과까지 낳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100~4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병원협회가 전국 중소병원(400병상 미만) 1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 이직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전체 정원(1,525명)의 34%에 이르는 519명이 동네의원 개원 등의 이유로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퇴직 후 이들 병원이 정원을 다시 채우지 못한 숫자는 오히려 548명(정원 증가분 포함)으로 늘어나 정원 결원율이 36%나 됐다. 과목별로는 성형외과가 퇴직률(퇴직자수/정원) 61.9%로 1위를, ▦소아과(47.2%) ▦신경외과(37.4%) ▦방사선과(37.3%)▦내과(37.2%) ▦마취과(35%) ▦신경과ㆍ응급의학과(34.6%) ▦산부인과(33.6%) ▦이비인후과(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중소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소병원 도산율은 8.1%. 전국 941개 병원 중 77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100병상 미만 병원의 도산율은 13.5%로 1차 의료기관과 3차 종합전문요양기관간 가교역할을 하는 병원급 의료체계의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의사결원이 생기면 봉급을 50% 가까이 올려줘도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상당수 중소병원들은 머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병원협회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전국 941개 병원의 28.1%인 264개 병원에서 총9,670억원의 요양급여비가 가압류 돼 있다. 가압류 급여비의 규모는 전체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월평균 요양급여비(3,208억원)의 3배로 내우외환에 봉착한 의료기관의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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