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또 한번 카드(?)를 내밀 것인가. 꺼낸다면 그 내용과 시기는. 민주평통 발언의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노 대통령이 연말ㆍ연초를 기점으로 또다시 정치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발언을 꺼낼지가 벌써부터 관심이다. 민주평통 발언이 ‘반노 세력’에 대한 특유의 감정적인 공격이었다면, 다음 수순은 정치권의 구도를 뒤흔들만한 구도 설정이 담긴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청와대 안팎에서 ‘임기단축+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메가톤급 카드가 결국엔 동원될 것이란 관측이 비등하는 것도 이런 정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더 큰 정치게임 준비하나=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지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의 게임은 곧 ‘휴지기’에 접어들겠지만, 정치적 지형 전체를 뒤흔들 카드가 뒤이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것이 선거구제 개편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결적 여소야대 구도라는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문상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도 “한국의 지역주의는 소선거구제와 결합돼 특정정당에 의한 지역 대표성의 독점과 대량의 사표가 발생한다”며 중대선거구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 일부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되, 야당의 호응이 없을 경우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매개체로 자신의 임기 단축까지 불사하는 획기적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하고 있다. ◇‘새로운 카드’의 시점은= 대통령의 일정과 관행대로라면 새로운 카드가 나올 유력한 시점은 내년 1월 중순 연두 기자회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회의’ 때 재벌 총수들 앞에서 뭔가 얘기를 꺼낼 수 있지만,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떤 식으로든 선거구제 개편 등 새로운 정치 구도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현재 여권의 대권 주자들로는 이명박ㆍ박근혜 등 야당의 어떤 후보에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통합신당-지역당’이라 개념을 모티브로 내년 대선 때까지 끊임 없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려는 게임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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