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민간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역할을 해주려면 외평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최근 유럽 재정위기사태가 불거지면서 발행비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럽 상황을 보면서 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워낙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 및 기금편성안에 원화와 외화 외평채 발행한도로 각각 18조원, 10억달러를 책정했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에 사용할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예산안 범위에서 재정부 장관이 건의하고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난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168억4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평채를 발행할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외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벤치마크 금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정부의 고민은 시작된다. 2009년 4월 이후 3년간 외평채 신규 발행을 하지 않은 점도 정부가 발행시점을 저울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평채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벤치마크가 되는 것"이라며 "지난 3년간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행 필요성이 어느 해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발행을 한다면 한도인 10억달러 규모로 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 만큼 발행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오는 2014년 만기되는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외평채 가산금리는 18일 143bp(1bp=0.01%포인트)를 기록하며 두 달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149bp까지 치솟아 1월31일(150bp)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진 만큼 해외상황을 좀 지켜봐야 한다"며 "유럽 문제가 해결되고 한국 CDS 금리가 100bp 이하로 내려가야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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