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한 달 사이 60포인트 가량 하락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 폭락으로 조선·정유·건설 등 대형주들이 부진했고 제일모직 상장 이후 눈에 띄는 이벤트도 없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 대형주들이 많이 포진된 코스피200 지수는 지난달 1.44% 하락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2월 29일 기준)은 -1.95%를 기록했다. 일반·중소형·배당주식형 펀드와 인덱스펀드 모두 부진했다. 일반주식형(-1.79%), 중소형주식(-0.92%), 배당주식(-2.19%), K200인덱스(-1.38%) 등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지수가 반등할 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탓에 개별 펀드 가운데 높은 성과를 낸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개별 상품(순자산 10억원 이상, 상장지수 펀드 제외) 가운데 'LS개인연금전환자 1(주식)A'(3.88%), 'LS장수기업포커스자 1(주식)A'(3.77%) 등 LS자산운용 펀드들이 지난달 1·2위를 차지했다. 유경PSG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드림메가트렌드[주식]Class A'(2.47%),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마이다스백년대계어린이적립식(주식)C 5'(2.09%) 등이 뒤를 이었다.
김홍곤 L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제일모직과 같이 상장 이후 주가 전망이 좋은 종목을 적극 편입하고 주가에 긍정적인 이벤트 효과를 노렸던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2월 해외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는 중국 펀드들이 독무대를 펼쳤다. 지난달 해외주식형 펀드는 평균 마이너스(-0.75%) 수익을 냈지만 중국 펀드들은 최대 40%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442개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월초후 수익률 상위 59개가 중국 펀드였다.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자(주식-파생재간접)A CLASS'이 월초 후 38.55%의 수익을 내며 개별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 상품은 중국본토 시장에 상장된 내국인용 주식(A주)에 투자하고 지수 상승률의 1.5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펀드로 호황일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자 1[주식-파생재간접]_A'(37.46%),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 1[주식-재간접파생]종류A'(35.95%), '미래에셋차이나A레버리지1.5(주식-파생재간접)종류A'(31.96%)와 같이 레버리지 상품들이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해외채권형 펀드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유가 폭락에 따라 에너지·인프라 기업의 신용도가 크게 하락하며 하이일드채권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신흥국 채권들도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다. 89개 해외채권형 펀드 가운데 플러스 수익을 낸 상품은 'AB유럽(채권-재간접)종류A'(0.53%), '미래에셋법인전용미국회사채월지급식 1(채권-재간접)'(0.05%) 뿐이다.
지난달 국내와 해외 상품 간 자금유출입 흐름은 확연히 달랐다. 특히 중국 펀드의 성과가 좋게 나타나면서 손실이 만회됐고 이에 따라 환매세가 더 강해졌다. 중국펀드는 글로벌 증시 고점에 설정됐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해온 바 있다. 중국 펀드는 지난해 매달 1,000억원 내외의 유출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달에는 환매액이 5,32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해외펀드 손실 상계 혜택이 종료된 점도 투자자들의 환매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펀드 손실 상계란 해외 펀드 비과세 기간인 2007년 6월 초부터 2009년 12월 말까지 발생한 손실에 대해 2010년부터 발생한 이익과 상계처리해 순수익이 났을 때만 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혜택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가입한 펀드의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올해부터 수익이 발생한다면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을 합한 금액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기 때문에 앞으로 펀드에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달 해외 펀드에서 8,155억원이 빠져나갔다. 12월 순유출액은 10월(1,575억원), 11월(3,154억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5,76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며 4개월 째 순유입 흐름을 이어갔다. 국내 주가가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증시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저가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국내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배당 확대 기대감이 지속되며 지난달 국내 배당주 펀드로 1,557억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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