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게… MB와 친하면 이래도 되나
민영화 거스르는 대담한 공기업수도권매립지공사, 골프장 매각 않고 자회사 설립 나서환경부도 방관…일각선 "사장의 친MB 인맥 작용" 주장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환경부 산하 공기업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매립장 부지 위에 조성한 골프장에 대해 정부의 민영화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자회사 설립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당초 민간 전문기관의 위탁경영을 주장했다가 자회사 설립을 승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최근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 부지 위에 조성한 36홀 규모의 드림파크골프장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은 일반 나대지가 아닌 매립지 위에 조성됐기 때문에 사후관리 차원에서 공사가 운영해야 한다"면서 "골프장 운영 수익금은 수십년간 매립지 조성으로 직간접 피해를 본 지역주민들과 매립지 재투자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현 정부에서 중점 추진 중인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민영화, 통폐합, 정원 감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공기업 소유의 골프장을 민간에 매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뉴서울컨트리클럽(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문골프장(한국관광공사), 88컨트리클럽(국가보훈처) 등 정부 또는 공공기관 소유 골프장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들의 몸집을 줄이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정작 공사 측은 대놓고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 여부는 주무부처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가급적 정부 방침에 맞는 민간 위탁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공사 측의 골프장 자회사 설립 움직임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환경부의 입장도 석연치 않다. 환경부는 최근까지 드림파크골프장 운영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정된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달 중순 갑자기 입장을 바꿔 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골프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데도 주무부처가 오히려 이를 지원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환경부 산하의 작은 공기업에 불과한 공사가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배경에 친 이명박 인사인 조춘구 현 사장의 보이지 않는 인맥이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조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상대 출신으로 1986년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 농수산물공사 감사를 거쳤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선거 캠프에서 직능정책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2008년 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는 6ㆍ3동지회 회원이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드림파크골프장은 2004년 제1매립지의 최종 복토작업이 끝난 후부터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골프장으로 조성된 곳"이라면서 "자회사 설립도 골프장 하부의 매립지 사후관리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지 정치권의 힘을 등에 업을 생각도,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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