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이야기를 잘 풀어 쓴다고 소설이 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향해 말하고자 하는 자신 만의 관점이 드러나야 하지요." 네티즌이 뽑은 '한국 문단을 이끌 젊은 작가' 은희경(48)씨가 12일 예스24에서 기획한 '남도 문학 기행'에 참가해 독자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지난 7월 2~22일 예스24에서 진행한 네티즌 투표에서 '장차 한국을 대표할 작가'로 선정된 작가 중 한명이다. 전라남도 나주 중흥 리조트에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그는 특유의 맛깔스러운 소설을 쓰는 비결을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작가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개성이에요. 평범한 일상에 빠져들면 작가로서의 치열함이 사라집니다." 그는 일상탈출의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다. 2년 동안 훌쩍 한국을 떠난 뒤, 그가 내놓은 작품은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 삽입된 단편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오니 사람들이 너무 유능하고 나만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며 "이런 무력감을 극복하고 삶의 긍정적인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출판사 사장이 오래 전 잃어버렸던 친구의 소설 원고를 되찾으면서 지나간 청춘을 떠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년남성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는 게 기둥 줄거리다. 은 작가는 소설의 제목과 주인공 이름 짓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짐작과는 다른 일들' 등 적잖은 작품은 오로지 미리 정한 제목만으로 전체 줄거리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적절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경우에는 시집을 참조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새의 선물'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서,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릴케의 시에서 따온 제목. 주인공의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처리하는 이유는 주인공과 어울리는 상황적 은유를 사용하기 때문. 단편 '고독의 발견' 등 그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주인공의 공통된 이니셜 K는 도달하지 못한 곳을 지향하는 작가 카프카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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