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기존 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것이죠. 그런데 불필요한 규제와 불공정관행이 산업의 태동을 가로막는다면 이 땅에 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릴 수 있겠습니까."
최근 경기도 파주 월롱면의 모듈형 주택기업 모듈러하우스 본사를 방문한 김문겸(사진) 중소기업옴부즈만(숭실대 교수)은 "공장에서 조립 후 현장 설치하는 방식의 모듈러 주택은 주거 안정을 꾀하고 건설현장 노동자의 정규직화로 근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데도 주택 설치 전까지 담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 시장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윤황섭 대표의 하소연에 기업가정신 얘기를 꺼냈다.
모듈형 주택은 기존 주택 대비 건설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폐기물 발생률이 철근콘크리트공법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친환경적이어서 기존 주택 건설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창조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건축법상 주택은 '토지에 정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주택 담보 대출길이 막힌 상태다.
지난 4월 제3대 중소기업옴부즈만으로 재위촉된 김 옴부즈만은 24일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나 "공정한 게임의 룰이 없으면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결국 기업가정신도 사라진다"며 최근 방문한 모듈러하우스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3년의 임기 동안 기업가정신을 가로막는 규제와 관행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규제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옴부즈만은 매주 1~2회 기업 방문 등을 통해 올 들어서만 총 60여차례 현장 간담회를 가졌고, 총 429건의 현장애로사항을 발굴했다. 관광산업·퀵서비스·대리운전·주택건설 등 테마를 선정하고 테마별 규제를 점검,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주거안정 대책 규제 간담회, 운송업계 간담회 등을 열어 숨은 규제를 발굴했다.
규제 개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규제 개선 전 과정을 공개하는 '올인원 규제혁신 플랫폼'을 구축했다.
김 옴부즈만은 "공급자 중심의 규제 개선 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기 옴부즈만 홈페이지의 규제개선 원탁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기기 사용 허용' 여부를 두고 5,692명이 의견을 개진했다. 국토교통부 소관의 지적측량업자 업무범위 확대 이슈에는 4,588명이 의견을 내놨다.
한눈에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안건이 무엇인지, 규제존치와 개선 중 어느 쪽에 찬성의견이 더 많은지 알 수 있게 시각적 효과도 높였다.
아울러 각 부처별로 몇개 사안이 협의 중인지는 물론 각 사안별 건의 내용과 부처 의견을 확인하고 의견도 개진할 수 있다. 또 규제지도 나침반은 각 지역별 규제부담 정도를 색깔로 표시해 입지규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을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김 옴부즈만은 그러나 각 부처에서 벌이는 경마식 규제 개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풀리지 않던 문제가 대통령이나 장관을 만나면 곧바로 해결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규제 개혁은 무조건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죽이는 규제라면 없애고 기업가정신에 필요한 규제는 만들어주는 식으로 철학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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