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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인의 금융인] 신한은행 이인호 행장
입력1999-03-22 00:00:00
수정
1999.03.22 00:00:00
李행장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달리는 노트북’이란 말로 표현된다. 그의 머리 속에는 신한은행의 모든 경영 내용과 청사진이 입력돼 있다. 그렇다고 탁상공론에만 머물지 않는다.그의 발은 항상 현장을 달린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정보는 그의 머리로 다시 피드백된다. ‘머리로 하는 경영’과 ‘발로 뛰는 영업’이 동시진행형으로 나아가는 것.
李행장이 금융인으로 강조하는 또 하나가 ‘상인(商人)의 도(道)’. 은행원은 상대방과 자신이 모두 잘 될 수 있는 길, 즉 ‘윈-윈’의 길을 찾아 대도(大道)를 걷는 진정한 상인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그가 은행원 생활 겪어온 일화 속에서도 나타난다.
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도난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적이 있다. 관리인으로 회사를 찾아갔을 때 그를 기다리던 것은 종업원의 적대적인 눈길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1년만에 업체를 뛰어난 실적으로 올리는 정상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달리는 노트북’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도 많다.
서소문 지점장으로 재직할 시절, 그는 많은 영업 아이디어를 통해 서소문 일대에 밀접해 있는 기업과 변호사 사이에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할 정도가 됐다. 한 변호사를 30번 이상 방문하여 거래에 성공한 것은 은행에서 알려진 일화다. 한 번 정한 목표는 기필코 달성하는 뚝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런 추진력 덕분에 李행장은 은행내에서 실시하는 종합 업적 평가에서 신한은행 직원 누구나 꿈에 그리는 ‘대상’을 2회 연속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스타일은 임원이 된 뒤에도 변함없이 이어져, 금융계에서는 ‘고객을 가장 자주 찾는 임원중 한 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李행장의 능력은 오늘날 신한은행이 우량 선도은행으로 발돋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냈다. 신한은행이 크레딧스코어링시스템(CSS) 등의 선진 여신기법을 도입한 것도 바로 李행장의 현장주의 경영이 밑받침을 하고 있다.
李행장은 취임사에서 “중단없는 개혁을 통한 주주 만족과 고객 만족, 직원 만족”을 강조했다.
그가 은행원으로 大道를 걸으며 변함없이 지켜온 ‘상인의 道’를 함축한 말이었지만, 최근 우리에게 요구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 치의 오차가 없는 경영 철학이라 할 수 있다. 【김영기 기자】
李행장은 주말에 산행을 즐긴다.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대도(大道)를 가기 위한 수련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그는 한 달에 2번 정도는 아내 이화자(李華子)씨와 함께 산에 오른다. 부인인 동시에 은행의 고객이기도 한 아내의 색다른 시각을 통해 그가 생각치 못했던 참신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인생 철학으로 갖고 있다. 가정생활을 희생해야 직장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李행장은 분명 날카로운 판단력과 치밀한 업무추진력으로 말단 행원에서 시작, 은행장에 오른 정통 은행원이다. 그러나 그를 직접 만나보면 금방 소주라도 한 잔 나누고 싶을만큼 친근하고 소탈한 성격을 느낄 수 있다. 뒤끝이 없고 깔끔하기로도 유명하다.
이같은 성격 때문에 그에게는 퇴근후 인생상담을 청하는 후배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그는 차장 시절부터 후배들이 붙여준 ‘인생은행 은행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일에서는 물론 사적으로도 직원들과 호흡을 잃지 않기에, 그를 두고 행내에서는 ‘관리자’라는 표현보다는 ‘리더’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자’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요즘같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은행 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李행장의 승부수는 ‘고객별 영업 특화론’이란 말로 압축된다. 은행원의 대부분을 일선 영업점에서 보낸 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지점이 백화점식으로 여러 업무를 취급하면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객에 따라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별로 특화된 모든 영업점은 각각의 사업본부에 속하게 돼, 영업점은 물론 사업본부도 별개의 재무제표를 갖는 고객채산제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투명한 경영이 보장되고 건전한 경영 속에 은행 전체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되는 시대는 은행영업도 전문화시대라는 믿음 때문이다.
◇약력 43년 대전 출생
62년 대전고, 67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3년 대구은행 입행
82년 신한은행 입행
83년 〃 서소문지점장
90년 〃 영업부장
91년 〃 이사 93년 〃 상무
97년 〃 전무 99년 〃 은행장
○…“고객은 우리의 존립 기반인 동시에 냉정한 최종 평가자다”(은행은 고객을 떠나서는 생존할 근거가 없고,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은행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
○…“고객은 은행에 일방적으로 이윤을 주는 ‘거래 파트너’가 아니라 이익과 기쁨을 은행과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관계’에 있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국내 은행이 외국은행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평소 강조하는 상인의 도를 이야기하면서 고객을 더이상 거래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의미)
○…“미래를 향한 변화에 완결이란 있을 수 없다”(은행의 경쟁력을 높히고 선진은행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추진중인 은행내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함을 강조)
○…“변화의 시대에 리더는 위(威), 덕(德), 인(仁), 용(勇)을 갖추어야 한다”(리더의 조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오자(吳子)의 ‘자도자의 자질론’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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