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10일까지 총 2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도 조선 및 기계 관련 우량주는 선별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선ㆍ기계 업종이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가 가능한데다 저가 메리트가 돋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지속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관련주의 경우 "단기차익 실현의 성격이 짙다"며 "외국인들은 ITㆍ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낮아지면 언제든 순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조선 및 기계 관련주는 선별적으로 매수=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 2위 종목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총 2조6,126억원 상당의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았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주식은 각각 310억원, 271억원 규모로 ?매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ㆍ두산중공업 등 기계업종에 속한 종목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건설의 재무 리스크 우려가 제기되며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것도 매수세를 촉발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기계 업종의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됐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조선ㆍ기계 업종 등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면서 전반적인 매도에 나서면서도 조선 및 기계 관련주는 저가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조선ㆍ기계 업체의 실적이 가장 빨리 좋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은 올해 실적개선이 기대되지만 지난 2월 이후 4월까지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주가가 오르지 않아 실적 대비 낮은 수준으로 평가 받는 SK브로드밴드ㆍ아모레퍼시픽ㆍ코오롱인더스트리ㆍKT&G 등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는 자동차주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ITㆍ자동차 관련주도 더 떨어지면 매수 재개할 듯=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IT 및 자동차 관련주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총 3,726억원어치나 팔았고 LG전자도 이달 들어서는 총 1,065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이 밖에 외국인들은 하이닉스(-2,501억원), LG디스플레이(-2,265억원), 현대모비스(-1,339억원) 등도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그동안 ITㆍ자동차 관련주를 많이 샀기 때문에 그 만큼 순매도 금액도 큰 것"이라며 "ITㆍ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시 '러브 콜'을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이 ITㆍ자동차의 비중을 줄인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조선ㆍ기계 등 낙폭 과대 유망업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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