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한강공원 가보니… 의외네
[토요 Watch] 밤이 좋아! 미드나이트 워킹족 뜬다복잡한 시간피해 느긋하게 운동도심 속 새 트렌드로 자리매김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꽃샘추위가 기세를 떨친 21일 오후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양재천. 차갑고 거센 바람이 영하에 가까운 기온을 실감나게 했지만 때이른 봄밤의 공기를 마시며 걷거나 뛰는 사람들의 행렬이 꾸준히 이어졌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차례 양재천공원에서 걷는다는 이준한(56)씨는 이날 "오늘은 날이 추워서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지 않은 편"이라며 "곧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느긋하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자정까지도 산책길이 붐빌 것"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나온 이씨는 "주말에는 여유롭게 걷거나 뛰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려 이곳은 평일 저녁이 운동하기에 더 좋다"고 귀띔했다.
이날 1시간이 더 지난 밤11시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의 풍경 역시 다르지 않았다. 운동으로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려는 시민들이 공원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공원 한쪽에는 고른 숨을 내쉬며 뛰는 외국인 여성이 있는가 하면 그 앞을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서너 명의 무리도 보였다.
교교한 달빛을 벗삼아 걷거나 뛰는 '미드나이트 워킹족'이 도심 속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밤시간에 짬을 내 부족한 운동시간을 보충하는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몇년 전만 해도 낮에는 업무에 쫓기는 도시민들의 바쁜 스케줄이 미드나이트 워킹족을 만들어낸 이유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늦은 밤시간대 그 자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기업들도 야간 레저 행사를 주도하면서 소비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이키는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달리기 대회인 '나이키 쉬런 서울 7K'를 5월25일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저녁6시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에너자이저도 매년 가을 참가자들이 에너자이저에서 제공한 LED랜턴을 머리에 쓰고 어둠을 밝히며 달리는 나이트레이스를 개최해오고 있다. 스포츠ㆍ아웃도어 업계는 야간활동시 안전성을 높여주는 발광 또는 야광 의류ㆍ용품을 출시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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