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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르네상스를 열자] 기고.. 정치적 변질 경계
입력1998-10-13 19:37:00
수정
2002.10.21 22:38:26
한국사회는 기업경영의 투명성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은 경영정보를 편의대로 만들어 내고, 기업경영에서 공사(公私)가 불분명한 나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우리식 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한 일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는 주식회사를 원래 의미에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정당한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주주 가운데서도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어온 사례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소액주주운동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그 성과도 괄목할만하다.
하지만 매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소액주주운동의 정당성이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소액주주운동이 변질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액주주운동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대주주의 불법행위부분이다.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서 회사의 재산을 유용하거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운동이 광범위한 범위에 걸친 경영권 행사를 법관의 판결에 맡기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만일에 소액주주운동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그 부작용은 무척 클 것이다.
원래 경영권이란 경영자의 고유한 경영판단과 관련된 주관적인 것이다. 어떤 사업이라도 사전적으로 그 성과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영자는 상당한 위험을 안고 사업을 해 나가게 된다. 법원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거나 소액주주들의 권리보호차원에서 경영자의 판단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위험을 감당하면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곧바로 그 사회가 누리는 부(富)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임을 뜻한다.
역설적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우리가 6·25의 잿더미위에서 이만큼의 생활기반을 다진데에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무모하게 보였던 위험한 결정을 경영자들이 자신의 직관을 믿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객관적인 판단을 존중하였더라도 자동차, 조선, 반도체 산업 그 어느 것 하나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영자의 판단이란 원래 객관화할 수 있는 부분이 대단히 적다.
얼마전 제일은행 행장과 이사진들이 회사에 대해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필자는 경영자의 불법적 행위외에 경영자의 판단에 대해서 법원이 개입하는 선례가 되지않을까라는 우려를 했다. 걱정한대로 이후 법원판결에서 경영자의 판단에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몇몇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회든 다수는 안정을 택한다. 하지만 유별난 소수가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을 한다. 대부분 부는 소수의 위험감수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소액주주운동은 대주주의 불법행위에 제동을 걸고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액주주운동이 정치·사회적인 목적을 띤 사회운동으로 변화한다면, 한국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매우 커지게 될 것이다.
선의로 시작된 시민운동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옹호론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랄프 네이더처럼 도덕적 명분을 얻은 시민운동이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갈 수 있는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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