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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너무 잘 걷는 나라
입력2004-03-16 00:00:00
수정
2004.03.16 00:00:00
김영기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세금을 늘려 극복하는 능력이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이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세수유연성지수(RFI)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수유연성지수란 경제상황이 악화될 때 정부가 원활한 부채상환을 위해 신속하게 세금을 늘려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유연성이 좋다. 우리나라의 RFI는 69.1로 2위인 호주의 80.0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
S&P의 조사가 없더라도 근년에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2002년 조세부담률은 2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8.5%보다는 낮지만, 미국과 같은 수준이며 일본의 17.2%에 비해서는 훨씬 높다. 또한 총조세와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기여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도 2002년 28.0%로 조사됐다. 이 역시 OECD 회원국의 평균부담률 38.6%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기준으로 볼 때 78년 미국의 26.8%나 81년 일본의 27.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물론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국민부담률이나 조세부담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데 있다. 지난 2002년을 기준으로 10년 전인 93년과 비교해 보면 세금과 사회보장비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0년 동안 GDP는 원화 기준으로 2.2배 늘었을 뿐인데 세금은 2.7배, 사회보장보험은 7.7배나 증가했다.
조세부담이 커지면 준조세 부담도 덩달아 높아지기 마련이어서 가계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 가계의 지불능력이 떨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신규고용의 여력을 잃어 실업자가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고령화 진입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복지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근로의욕도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작성한 `하루 납세 시간표`를 살펴보더라도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는 하루에 약 14만원을 벌어 평균 2만8,000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 매일 근무시간 중 2시간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하는 셈이다.
참여정부는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빈부차가 날로 양극화하는 상황에서 세수 증대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조세의 형평성을 강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더욱 북돋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경기침체를 조세정책을 통해 진단할 필요가 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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