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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호모 루덴스’의 시대
입력2003-07-25 00:00:00
수정
2003.07.25 00:00:00
“인간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절에 우리는 우리 종족을 `생각하는 인간(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인간을 `만드는 인간(호모 파베르 Homo Faber)`으로 지칭하는 경향이 높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다 같이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생각하거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있으니 이것이 `놀이하는 것`이다. `만드는 인간`과 이웃하는, 그러나 `생각하는 인간`과는 같은 차원에 속하는 술어로서 취급해야 할 것이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 Homo Rudens)`이라고 생각된다.”
이십세기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호모 루덴스`의 저자 호이징거가 책의 첫머리에 밝힌 글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38년인데 반 세기가 훨씬 지난 21세기에 놀이형 인간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시민 사회가 가진 특징으로 개방성, 다양성, 창의성, 소비성, 유목적 의식, 정보화, 자기 중심성 등을 들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문화 욕구, 곧 놀이 의식의 증대야말로 지난 세기와 현저히 달라진 시민 사회의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현대 산업은 단순 노동에서 창의성이 요구되는 노동으로 급속히 전환되었고 창조력의 기반이 되는 문화적 감수성의 중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아울러 일상적 놀이 문화가 창조적 삶의 문화와 연결될 때 사회 전체의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게 됐다.
대중들의 삶의 변화 역시 현대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세기까지의 예술이 창작자의 창작품을 수요자가 구입하는 일방적인 소통 구조 속에서 소통되어 왔다면 21세기에 들어서서 창작자와 수용자의 관계는 쌍방향의 소통 구조로 변화했다. 게임이나 영상 매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연예술에서도 수동적으로 관람만을 즐기는 관객의 개념을 지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관객과의 교류가 예술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휴가의 계절이다. 일보다 놀이가 강조되는 계절이다. 놀이가 곧 일인 문화 예술 종사자들에게는 일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에서 여름을 겨냥한 다양한 놀이판이 벌어진다.
“놀이는 사물을 결합하고 해체한다. 놀이는 우리를 매혹시킨다. 놀이는 우리를 사로잡는다. 즉 놀이는 우리에게 마법을 거는 것이다. 놀이는 우리가 사물 속에서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두 가지 성질, 즉 `율동`과 `조화`로 충만해 있다.”
불경기라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올 여름엔 호이징거의 놀이에 대한 해석을 참고해 보길 권한다. 음악과 시와 무용과 연극이 있는 문화 바캉스를 통해 `호모 루덴스`의 시대를 체험해 보길 바란다.
<김명곤(국립극장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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