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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정부' 정부가 자초했다

[공포심을 악용하는 사회] <br>사실관계 명확한 사안도 여론 눈치에 말 바꾸기<br>비밀주의·잇단 비리사건으로 국민 신뢰 걷어차

국민의 공포심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은 정부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미숙한 일처리와 말 바꾸기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론 눈치를 보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비밀주의와 연이어 터지는 각종 비리 사건은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게 하는 요소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광우병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전수조사는 모두 다 검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50%를 뜯어서 확인해보겠다는 것이었다. 농식품부는 "50%를 하는 게 사실상의 전수조사"라고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또 말을 바꾼 꼴이 됐다.

광우병과 관련한 정부의 말 바꾸기는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 2008년 5월에는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발생시 수입 중단하겠다고 일간지에 광고하는 것은 물론 정책홍보만화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 장관은 이에 대한 해명만 늘어놓았을 뿐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첫날 오전만해도 농식품부는 검역중단을 할 것처럼 했지만 금세 입장을 바꿨다. 일부 언론사들은 정부가 검역중단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오보가 됐다.

원전 분야는 더욱 그렇다. 고리1호기 정전사고 보고 누락은 치명타였다.

문제는 이후 수습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고리1호기 정전사고가 보고되지 않은 것은 지난해 있었던 9ㆍ11 정전사고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실제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비등하는 사퇴요구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게 확실하다"며 그를 두둔했고 청와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에는 인구가 많아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김 사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민심이 악화하자 김 사장은 뒤늦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인사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특히 한수원의 비리는 점입가경이다. 원전 납품비리는 지역뿐 아니라 본사직원들에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각 지역 원전 구매부서뿐아니라 한수원 본사까지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짝퉁부품' 사용 논란 등은 국민의 신뢰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비밀주의도 여전하다. 지경부는 원전을 포함한 각종 에너지시설의 안전점검을 할 민관합동위원회를 지난달 출범시켰다. 그러나 소속 위원들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점검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무역협정(FTA)도 뒷북 대응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FTA 통합 사이트도 운영하지 않다가 뒤늦게 이를 만들었다. 민감한 통상 업무를 다루는 특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민감한 이슈에 적극적인 홍보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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