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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보다 높은 대출금리… 은행원 좋은시절 다갔네
한도도 2000만원으로 제한"오히려 역차별 받는 느낌"
양철민기자chopin@sed.co.kr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최근 전세자금 확보에 나선 은행원 정 모 씨는 다른 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을 기웃거리고 있다. 정씨가 다니는 은행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제공하는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가 전세값 상승분에 턱없이 모자라는 데다 금리도 시중보다 비싼 5%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시중은행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직원 대상의 대출금리는 몇 년째 제자리”라며 “은행원이라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2%의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은행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가 오히려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 4대 은행의 직원용 신용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3.8%로 가장 낮고 이어 국민(4.5%), 신한(5.5%)순이다. 우리은행은 5.5%의 확정 금리 또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대출 금리에 신용가산금리 2%포인트를 얹은 금리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신용 대출 상품은 한도도 2,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이보다 낮다.
우리은행의 ‘직장인 행복대출’ 상품의 경우 기본금리 4.52%에 우대금리까지 받으면 최저 3.82%에 이용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패밀리론’, 국민은행의 ‘KB스마트 직장인 대출’, 신한은행의 ‘탑스(TOPS) 직장인 신용대출’ 등은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경우 4%수준이다.
실제 은행원들은 타행에서도 대부분 우량등급 고객으로 분류돼 은행 상품에 따라 4%대에서 신용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몇몇 은행 상품은 최대 2억원 까지 대출을 해줘 대출 한도도 직장내 대출상품보다 10배 가량 많다. 굳이 직원용 대출 상품을 쓸 일이 없는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의 부장급 이상 고참 직원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시중은행 직원들은 90년대 후반만 해도 1%대의 저리로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고객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꾸준히 직원용 대출상품의 금리 인상을 요구해 왔다.
국세청 또한 지난 2001년 은행이 직원들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할 경우 ‘업무와 관련 없이 지급한 가지급금’으로 분류,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굳이 금융당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까지 직원 대상 대출 상품 금리를 낮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기 싫어하는 새내기 직원들 외에는 은행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직원을 찾기 힘들다”며 “최근 사내 대출 상품에 대한 신규 수요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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