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졌어요. 더 이상 딱딱한 포스코가 아닙니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회사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과거에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강해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임원들도 제대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주로 듣기만 했다"면서 "하지만 정 회장 취임 이후 실장급들도 의견을 밝히도록 유도해 회의 분위기가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이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현대중공업 등 고객업체를 방문해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었고 취임 이후부터 매일 아침 임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다양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 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특강도 여는 등 고객사 및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본인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열린 경영'을 위해 직급 간, 고객사 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격의 없는 소통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11일 포항제철소에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열린 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특강에서 "'열린 경영'의 시작은 마음으로 들어 마음을 얻는 '경청'에서 시작된다"며 "경청을 바탕으로 상생과 협력ㆍ개방을 실천해나간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활동 수준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매일 아침 10여명의 임직원들과 조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특정한 주제 없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 이러한 조찬간담회는 정 회장이 지난 2004년 광양제철소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소통의 일환으로 실시해왔던 것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9일 포스코센터 임원식당에서 마케팅 부문 임직원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열린 경영의 맨 처음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거리감을 두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개선이슈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소 권위적이었던 기존 회장들과 다른 모습에 임직원들은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간담회장은 뜨거운 토론열기로 달아올랐다. 한 직원이 "인재육성을 위한 회사의 지원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정 회장은 그 자리에서 "언제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e메일이나 전화로 얘기해달라. 인재육성을 위한 지원은 담당부서와 협의해 즉시 반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근 독서를 통해 임직원들과 경영목표를 공유하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권씩 본부장급 이상에게 직접 책을 선물하고 주간단위로 열리는 회의 때는 물론 사내에서 임직원들과 마주칠 때마다 책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것. 정 회장이 취임 직후 본부장급 이상에게 선물한 첫번째 책은 '도요타 생산혁명의 비밀'. 이 책은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도요타가 공정 및 관리혁신을 어떻게 실시했는지를 다룬 책이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사내에 불고 있는 이러한 변화를 포스코 임직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기존의 정해진 틀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가 반영되고 실행되기 때문에 과거보다 일에 대한 보람과 활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1999년 EU사무소장 부장으로 부임한 후 4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한 것 같다"며 "임직원들은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직접 듣고 즉석에서 건의도 하는 활발한 소통을 통해 CEO와 함께 회사발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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