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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김미숙 "난 그날 무너졌다"
입력1999-04-25 00:00:00
수정
1999.04.25 00:00:00
바야흐로 초록의 계절이다.훈풍에 부드러워진 땅위로 파란 새싹이 돋아 나오면 밟고 서기조차 미안한 여리고 고운 초록의 필드.
그 위를 걸으며 한 샷, 한 샷 홀(컵)을 향해 갈 때마다 「오! 감사합니다」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비단 굿 샷이나 나이스 샷 때문만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서의 황금 같은 시간, 그런 시간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초록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고마움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즐거움에 흠집을 당할 때가 있다. 얼마전의 일이었다.
그야말로 날씨도 환상적이었고 동반자들도, 도우미도 모두 다 대만족이었다. 문제는 앞 팀이었다. 그들의 진행은 첫 홀부터 무척 더디었다. 초보자가 있으려니 하고 여유를 갖기로 했다. 우리 모두가 과거엔 초보자였으므로….
하지만 한 홀, 한 홀 진행할 때마다 문제는 초보자가 아니라 내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내기 골프라는게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하고 또 긴장감을 갖게 해서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좋은 점도 있다. 나도 가끔은 내기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내기골프는 폼은 아마추어요, 룰 적용은 PGA수준이었다. 로스트 볼을 찾아 이 산, 저 산…, OB가 나면 볼 찾느라 2~3분, 그린 위에선 기브없는 퍼팅으로 서너번, 뒤 팀이 지체되는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페어웨이가 아닌 러프에 사는 그들의 모습은 18홀 내내 우리 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물론 우리팀은 무너졌다.
바로 그 초록의 필드위에서 무너진 것이다….
골프는 나와 동반자, 그렇게 4명만이 한 팀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앞 팀도, 뒤에 오는 생면부지의 팀도 나와 같은 팀이다.
앞뒤팀에 대한 배려, 나와 주변을 돌아 볼 줄 아는 매너를 지킬 때 때 비로소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골프를 즐기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장에서의 최악이 사무실에서의 최선보다 낫다는 얘기가 있다.
골프는 곧 인생이란 얘기도 오래전에 들었다.
이 좋은 계절에 골프장에서의 바른 매너로 골퍼의 품위를 다시한번 점검해 본다면 골프장에서의 최악은 인생의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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