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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하는 ‘하류인생(下流人生)’은 ‘국민감독’ 임권택의 99번째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일단 관심을 모으는 작품. 90년대 중반부터 ‘서편제’, ‘춘향뎐’, ‘취화선’ 등으로 우리만의 전통 미학을 스크린에 펼쳤던 임 감독이 ‘장군의 아들’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담아낸 한국적 액션 영화다. 고등학교 3학년 태웅(조승우)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웃 학교 ‘짱’을 한방에 때려눕히지만 복도에서 승준(유하준)의 칼을 맞는다. 그 와중에 승준과 태웅은 친구가 되고 이를 계기로 승문의 누나 혜옥(김민선)을 알게 된다. 또한 민의원 선거에 나선 승문의 아버지는 유세장에서 정치깡패 ‘동대문파’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들을 제압한 태웅은 이내 건달 판에 자리잡으며 혜옥과도 결혼한다. 그러나 4ㆍ19와 5ㆍ16으로 깡패조직이 와해되자 그는 건달 생활을 청산, 영화제작업에 뛰어든다. 이어진 참담한 실패. 태웅은 선배 오상필(김학준)과 함께 군납업에 투신해 담합과 로비의 세계에 눈을 뜨며 승승장구 한다. 영화는 태웅의 젊은 시절인 50~60년대 시대 배경을 고스란히 고증해냈다. 그러나 정교한 고증만이 영화를 ‘시대극’으로 만들진 않는다. 영화를 구성하는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감독 자신들이 몸으로 겪어낸 ‘시간’이다. 명동 미도극장에 걸린 영화 ‘증언’은 임권택 자신의 작품이고 겹치기 출연하는 여배우 때문에 애를 먹는 제작자나 심의에서 잘려나간 필름에 분노하는 감독 또한 임 감독 과거 모습에 다름 아니다. 한편 너무 많은 에피소드와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려다 보니 영화는 사건의 나열에 머무르며 밋밋하게 이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빠른 스토리 진행 속에서도 내용과 별 상관없는 상투적 대사가 드러나기도 한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지만 특수 효과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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