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창업 후 직원 18명이 사장이 됐습니다. '직원들 사장 만드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합니다. 젊을 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창업해 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합니다."
고사무열(46ㆍ사진) 씨디네트웍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고 대표는"20, 30대에 창업해 2~3년 쌓은 경험은 인생에 굉장히 큰 자산이 된다"며 "사업은 모든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기 때문에 자신을 더 깊고 넓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창업은 무조건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 대표 본인은 직장생활 10년 차였던 30대 중반(34세)에 씨디네트웍스를 설립했다. IMF 외환위기 후 벤처 붐이 불던 시절이다. 고 대표는 "직장 생활 10년보다 사업 2년 동안 더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2년이 지나니까'회사는 망할 수 있지만 사장과 종업원, 조직과 비즈니스 생리를 이해한 만큼 뭘 하든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창업 후 13년 만에 씨디네트웍스는 코스닥 상장과 해외진출, 투자유치를 통해 글로벌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시장의 넘버3로 도약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롤모델인 셈이다. CDN은 인터넷의 모든 콘텐츠가 막힘없이 잘 흐를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미국의 아카마이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씨디네트웍스가 8%로 3위다. 그러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CDN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카마이와 씨디네트웍스 두 곳뿐이다.
고 대표는 '해외 시장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하더라도 마케팅은 글로벌적으로 하고 펀딩도 미국에서 해야 한다"며 "국내 시장은 금방 레드오션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또 "요즘은 비즈니스 플랜이 명확하고 확고한 의지와 뚜렷한 방향성만 가지면 투자자는 국내외에 넘쳐난다"고 덧붙였다.
씨디네트웍스도 해외 진출에 상당한 대가를 치렀다. 매년 100억원 이상씩 흑자가 나던 회사가 4년 연속 수 백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고 대표는 "2007년 국내 시장이 정점을 찍을 때 해외진출을 결정하고 900억원의 대규모 증자를 했다"며 "1,300억원을 들고 해외 시장에 나섰지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자 공포감과 위기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방향성이 맞다는 확신 때문에 버텼다. 결국 2011년 바닥을 찍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씨디네트웍스는 해외매출 비중을 지난해 45%에서 올해 50%, 내년에는 55% 등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다. 현재 6대륙, 30개국, 80개 넘는 도시에 180여 개의 서비스 거점을 확보했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모바일 인터넷 벤처기업'과 '인수합병(M&A) 활성화'에서 찾는다. 그는 "전통산업의 신생기업은 매출 1조원을 넘기기 힘들지만 게임 등 신산업에서는 순이익 5,000억원을 넘는 곳이 두 곳이나 된다"며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목표로 창업하면 '매출 1조 기업'이 여럿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구글은 수십 번의 M&A를 통해 삼성전자보다 두 배 비싼 회사로 컸다"며 "국내 기업도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디네트웍스도 글로벌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고 대표는 "M&A는 자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부로부터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해외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현재 8,000억원 수준인 회사 가치를 3~4년 내에 2조원대로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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