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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한ㆍ미 재난 피해 및 대응 비교
입력2003-11-19 00:00:00
수정
2003.11.19 00:00:00
윤혜경 기자
`위기 대처능력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재난 방재시설이 하드웨어적 측면이라면 재난 시 긴급 대응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방재시설 뿐만 아니라 대처 능력 역시 뛰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대처 능력은 과연 선진국과 비교할 때 몇 점 이나 될까.
올 여름 태풍 `매미`를 겪은 우리나라와 허리케인인 `이사벨`이 강타한 미국을 비교해 보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매미와 이사벨은 규모면에서는 비슷한 자연재해였다. 상륙당시 중심기압의 경우 매미는 950hPa, 이사벨은 960hPa였으며 강우량은 매미는 최소 10mm에서 최대 450mm, 이사벨은 최소 150mm에서 최대 250mm였다. 순간 최대 풍속도 매미는 초속 60m, 이사벨은 71m였다. 그러나 인명 피해의 규모면에서는 크게 달랐다. 미국은 13명이 사망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비슷한 규모의 자연재해를 겪고도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재난 발생시 위기 대처 시스템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매미와 이사벨 모두 공통적으로 예보가 정확했다는 평가다. 한국 기상청은 태풍 매미의 발생과 규모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예보를 했으며 이는 이사벨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정확한 예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일반시민들의 재난에 대한 불감증이 문제였다. 초기의 부적절한 대응은 후에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킨 것.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재해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주요 시, 도, 군ㆍ구 등에 재해안전관리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매미로 인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각 지역의 재해대책상황실 컴퓨터가 다운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비상연락망의 부재로 이웃 시도에서 비슷한 재해로 인명피해가 있었으며 현장- 읍ㆍ면사무소-군-도-중앙정부로의 피해접수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다. 즉 재해발생시 지휘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체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 했다.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에 이미 긴급 구조 장비와 구호품이 현장에 도달해 있었다. 또한 지하철, 버스, 항공기 운행을 즉각 중단시켰으며 학생들의 등교를 중지 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캠프로 피난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예상피해지역에 대해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에게 시시각각 대비책을 알리고 강제 소개령을 내려 주민을 대피시켰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미국정부의 지휘통제도 우리나라와 달리 순발력 있게 이뤄졌다. 이는 재해발생시 상부 보고나 결재없이 담당 부서가 전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이밖에 한ㆍ미의 재난관련 방송 역시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는 피해 상황 중심으로 보도하는데 반해 미국의 경우는 대응책을 중심으로 방송했다.
동국대학교의 이영재 교수는 “효율적인 재난 대처를 위해서는 정부 및 일반 시민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체계적인 통제 시스템 마련과 평상시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 대처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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