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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구하되 道를 잃지 않으며…'

중국근대 '상업의 성인' 호설암의 삶과 지혜 담아최근 TV드라마 '상도'가 인기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축적한 부를 사회와 공유하는 미덕이 더욱 큰 관심 거리다.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상도'는 존경 받는 부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중국에는 임상옥에 견줄 만한 존경받는 거상으로 호설암(胡雪巖)이 있다. 그는 중국인들로부터 고대의 '상성(商聖)'이라 불린 도주공(陶朱公)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으며 '아상성(亞商聖)'이라 받들어지는 인물이다. 호설암은 가난하고 비천한 가문 출신인 격변의 19세기 후반 시대와 권력의 흐름을 이용해 거대한 재산을 형성하는 신화를 일구었다. 그는 태평천국의 난 등 개혁의 혼란 속에서도 청 정부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사업에 대한 지원을 얻어내는 등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전당포를 키워 대륙적인 금융망을 구축하고, '호경여당(胡慶餘堂)'이라는 약국 체인을 설립하는 등의 족적을 남겼다. 그는 양무운동 때 서양의 기술과 설비를 적극 받아들이는가 하면, 정부의 군비를 확보하기 위해 서양 상인들로부터 차관을 끌어들여 국방에 기여한 애국자이기도 했다. "상인의 흥망이 바로 국운에 달려 있는 만큼, 나라가 태평하면 백성이 평안하고, 백성이 평안하면 시장이 흥성하며, 시장이 흥성하면 장사가 잘 된다"다는 평소 그의 생각이 애국의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근대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대문호인 노신(魯迅)조차도 이처럼 선이 굵게 살아온 거상 호설암을 두고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설암의 경험과 지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상경(商經)'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현대 작가 쓰위앤(史源)이 호설암이 손수 남긴 기록과 말들을 집대성한 책이다. 작가는 563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호설암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노정과 경험들, 그 속에 녹아있는 지혜들을 재구성해 경영인 호설암의 인격과 매력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호설암이 혼란의 와중에 있던 당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를 ▦인재의 쓰임을 아는 용인관 ▦시세를 잘 활용하는 시국관 ▦정부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관상관 ▦과감한 지모와 재빠른 행동을 앞세우는 모략관 ▦시장을 조정하고 만들어 가는 영업관 ▦폭넓게 통찰하여 지리와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처세관 등으로 요약한다. '흩어진 힘을 모으는 법칙''사업을 일으키는 근본' 등 18개 장으로 엮어진 이 책은 각 장의 전반부에 호설암의 어록과 이에 대한 해설을 싣고, 중반부에 어록과 해설을 종합한 본문과 당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 글 상자를 수록하고 있다. 이어 후반부에는 상경의 현대적 해석과 실제 적용의 예를 담은 '상경에서 배우는 경영정신'을 덧붙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호설암을 '상업의 성인'으로 떠받들고 있으니, 그의 어록과 그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담은 '상경'은 '상업의 경전'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인과 더불어 사업을 도모하는 외국 사업가들에게는 중국인들의 상업 마인드를 이해 할 수 있는 더 없는 지침서이다. 중국상인의 경전인 '상경'의 주제의식은 "이익을 구하되 사람의 도를 잃지 않으며, 칼날에 묻은 피를 핥더라도 더러운 돈은 손대지 않는다"로 모아진다. 떠오르는 중국 경제, 중국 경제인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상경'을 들춰볼 일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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