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일 처리, 형식적인 보고와 회의 문화를 실질적이고 실천 중심으로 바꿔 나갑시다."
윤종규(사진) KB금융그룹 회장 겸 은행장은 지난달 있었던 취임식에서 그 무엇보다 '실용'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 국민은행을 포함해 KB국민카드 등 계열사를 방문했을 당시 해당 부서 직원들과 악수만 한 것이 아니라 일선 업무에 대해 세세하게 지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형식보다는 실질'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취임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KB금융 내부에서는 '격식의 파괴'가 체감되는 분위기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은 취임 이래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에 따르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고 문제 해결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정착하라고 꾸준히 주문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 임직원들은 파워포인트보다는 워드 중심으로, 두 페이지보다는 한 페이지로 보고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회의도 사전에 공유한 자료를 숙지하지 않으면 논의 과정에서 소위 '얼음'이 되고 마는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고 및 회의 결과와 조치 사항은 반드시 다음날 오전까지 피드백을 해야 한다"며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토론과 피드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실행 중심의 회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준비가 안 된 채 회의에 들어오는 임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는 윤 회장이 취임 이후 밝혀온 '흑묘백묘론'과도 연결돼 있다. 윤 회장의 자신의 색깔에 대해 "윤종규표는 중요하지 않다. KB표가 중요하다"며 조직 전반의 분위기 전환을 꾀해 왔다. 단순히 미사여구로 시장에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경쟁력 회복과 지속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일각과 당국에서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변화의 모습을 원하는 것을 윤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직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그룹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점차적으로 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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