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지 마세요. 손실 봤어요."
지난 26일 오후4시 현대증권 대치WM센터 3층 세미나룸.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투자설명회에 60대 전후의 개인투자자 2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연말 랠리에 힘입어 한 해 농사를 기분 좋게 마무리 지었다는 뿌듯함 대신 이들이 내쉬는 한숨에 실내공기는 가라앉았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회수되고는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내년 증시전망은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거래대금이 늘고 실제로 증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시장분석팀 부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묻어나왔지만 듣는 이들의 어깨는 처져 있었다.
2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김성환(60·가명)씨는 "은행 예금 수익률을 못 내겠냐는 자신감에 퇴직금을 포함해 노후자금의 60%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며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좋아질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정기적금으로 돌려야 할지 한번 더 믿어볼지 고민이 크다"고 푸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개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연초 사상 최고실적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가 최고점까지 치솟았다. 한주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삼성전자를 사기 부담스러운 개인들은 스마트폰 부품주를 대신 매수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주가가 반토막 났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비중이 높은 건설주는 잇따른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2,050포인트 언저리까지 올라갔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이유다. 이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이탈했고 증시의 거래대금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류 부장은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은 개인들의 주식시장 이탈이 큰 원인"이라며 "지수와는 별개로 증시가 활황을 띠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올해는 주식농사에 실패했지만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내년에는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주식투자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잡는 모습이다.
최형욱(64·가명)씨는 "올해는 소폭 손실을 봤지만 내년에는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비중을 70% 가까이 늘려잡을 계획"이라며 "연간 5%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다시 열심히 공부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