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이 100달러대로 대표되는 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내년 스마트폰 모델 개수를 25~30%가량 줄이고 저가 라인을 강화하는 등 저가 시장이 스마트폰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시장조사 기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정체라는 딜레마에 빠진 반면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지난 2012년 23%에서 올해 52%대로 급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이에 따라 저가 스마트폰이 고가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리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선두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가격대도 200달러대에서 100달러대로 크게 낮아졌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E1'를 16만원에, 모토로라는 '모토G'를 13만원에 출시했다. 구글도 지난달 100달러 미만인 '안드로이드 원'을 선보였다.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7월 12만원대 스마트폰 '루미아530'을 내놓은 데 이어 8월에 2만원대 초저가 스마트폰 '노키아130'을 선보이며 글로벌 스마트폰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줬다.
사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이 가장 먼저 진출해 주도하고 있다. 지난 3·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한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레노버는 2년 전부터 1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삼성전자도 내년 스마트폰 모델을 25~30% 줄이는 대신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가격을 넘어 스펙 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거품을 빼고 고사양 스펙에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80만원대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30만~40만원대이지만 1.2GHz 32비트의 고사양 모바일 프로세서(AP)와 운영체제(OS), QHD디스플레이, 800만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장착해 고가 스마트폰 못지않은 성능을 갖췄다.
정연승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저가 스마트폰은 중국과 인도 외에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보다 잘 팔려나가고 있다"며 "저가 스마트폰이 고가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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