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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돈 안전자산으로 몰린다


뭉칫돈 은행 등으로 몰려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은행 등 안전자산으로만 몰리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여전히 미치고 있는데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점도 은행과 보험 등으로의 시중자금 유입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 예금은 각각 78조4,000억원, 7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7%, 11.9% 증가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개 주요 은행의 6월 말 현재 수신규모는 944조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2,000억원 늘었고 지난해 말보다 45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정기예금은 한달 새 8조4,000억원이나 몰렸고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은 2조1,000억원, 요구불예금은 3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다만 시장성 예금은 낮은 예금금리의 영향으로 8조원이나 이탈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마다 평균 3.9~4.1%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며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 상승세로 정기예금 중심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우선 올 상반기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를 의식해 예금증대에 적극 나선 데 있다. 예대율 규제란 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 비율이 120%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를 오는 2014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은행들은 평판을 고려해 미리부터 예금 늘리기에 나섰다. 1~2월 중 은행들은 연 5% 이상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팔기도 했다.



2·4분기 들어서는 은행들이 5%대의 고금리 수신을 중단했지만 4%대의 예금금리를 보장해주는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시중자금이 빠르게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5월 초 그리스 사태로 주가가 출렁거리자 낮은 금리도 좋으니 안전하게 운용하겠다는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 5월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아래로 떨어졌지만 저축성 예금에는 22조원이나 몰려들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으로의 자금유입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금 단기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은행들로서도 고민이다. 아직까지 장·단기 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장ㆍ단기 금리는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에 영향을 받는다”며 “장기금리가 높아지려면 결국 시장의 수익성이 높아져야 하고 이 같은 전제가 성립될 때 부동자금이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에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쉽사리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익률 악화로 우려된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이탈과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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