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한물간 가수왕' 이번엔 뮤지컬 무대로 강동효기자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Video kill the radio star.)’ 영국 팝그룹 버글스(Buggles)의 1979년 히트곡은 다분히 상징적이었다. 외모를 중시하는 영상매체가 등장하면서 가수의 생명력이 급격히 짧아진 사실을 비꼰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환호하던 팬도, 넘쳐 나던 돈도 모두 잃은 사나이가 무대 위에 서 있다. 쌍팔년도(1988년)에 가수왕을 수상했던 한물간 스타 최곤. 말다툼을 하다 주먹을 휘두른 탓에 파출소 유치장에 갇힌 신세다.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는 최곤의 매니저 민수. 방송국 국장으로부터 최곤이 강원도 영월 방송의 진행을 맡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타낸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스토리는 영화와 동일하다.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렵거나 지엽적인 장면만 솎아냈다. 내용 전달에는 무리가 없었고, 재치 있는 대사를 삽입해 연신 객석의 웃음을 이끌었다. 서정적이면서 흥겨운 음악의 조화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에 등장했던 음악 ‘비와 당신’을 포함 모두 18곡의 뮤지컬 넘버는 극의 분위기와 적절히 맞물렸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어김없이 드러났다. 극의 전개는 대사로, 주인공의 심정은 노래로 표현한 불완전한 구성이었다. 최곤이 마을 주민들의 사연을 라디오에 소개하며 영월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다는 부분을 제외하곤 사건이 모두 대사로 진행된다. 사건을 노래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극의 속도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배우들의 연기도 다소 아쉽다. 최곤 역을 맡은 그룹 야다의 보컬 출신 김다현은 주인공의 내면 감정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듯 어색했다. 매니저 민수가 떠날 때 말다툼하던 장면은 객석으로 감정이 전달되지 못한 채 무대에만 머물렀다. 매니저 역의 정성화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박민수를 무대에서 충실히 표현했다. 다만 노래에 힘이 실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 날 공연의 최고배우는 아역을 맡은 이은상 군. 그가 맡은 배역은 순대국 식당을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며 집 나간 아버지를 찾는 소년. 노래와 연기,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었고 객석의 박수를 연신 이끌어냈다. 공연은 3월 2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02)556-5910 입력시간 : 2008/01/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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