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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이 허가한 사업 법원이 불허한다면
입력2003-10-15 00:00:00
수정
2003.10.15 00:00:00
최인철 기자
관청의 허가를 받은 사업이라도 그것이 공익에 위배된다면 사업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일반의 정서에는 부합하는 판결로 판단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할 관청의 허가가 사업추진의 `담보`가 되지 못한다면 무엇을 믿고 사업을 하란 말인가.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인근에 골프연습장을 지은 C건설이 “행정관청이 내준 허가대로 건축했는데도 문화재청의 반대를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구리시를 상대로 낸 `위반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허가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건축관계 법령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나 공익과 비교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이 부득이할 경우 건축허가는 물론 사용승인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익이 앞선다면 행정관청의 명백한 잘못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개인은 손해를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법원이 환경과 문화재 보존 등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의 문제점은 관청과 법원 사이에서 민간사업자가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골프연습장이 서민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것이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정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나 개인이 행정기관의 잘못된 처리나 관할권 다툼 등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소송에서 패소해 지급하는 보상액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청구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행정심판 인용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3년간 1만건에 가까운 지자체 관련 민사소송이 법원에 접수돼 그 가운데 약 23%가 지자체의 패소로 판결났다.
지금 우리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은 바로 행정의 원스톱서비스와 확실한 보상체계다. 투자관련 업무를 한 자리에서 해결해 주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장치는 투자 유치의 기본이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 뒤늦게 발목이 잡히게 되면 개인의 손해도 손해려니와 국가적인 자원낭비다. 허가 과정에 철저를 기해야 함은 물론 개인의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이나마 제대로 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인해 세계에서도 사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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