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시장주도주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던 조선주가 깜작 급등했다. 증시가 지난해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지만 조선주들은 수주 급감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가격메리트와 수주 증가 기대감을 바탕으로 오랜만에 '급등 뱃고동'을 울렸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한 IT와 자동차를 처분한 후 조선주에 매수세를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조선산업 시황이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볼 만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유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가가 1년 이상 부진한 모습을 보인 만큼 가격 메리트가 높아 장기투자를 전제로 매수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 일제히 급등=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현대중공업이 9.30% 상승하며 19만4,000원으로 뛰어올랐고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9.24%, 6.79% 올랐다. 현대중공업의 이날 상승폭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3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한진해운과 대한해운 역시 7.24%, 4.84% 상승했고 조선기자재업체인 평산이나 오리엔탈정공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21.87포인트(1.28%) 하락한 1,683.45포인트를 기록해 조선주의 상승세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주들이 악재에 둔감해진데다 수주 증가 기대감, 적정가를 밑돌고 있는 주가 메리트 등이 한꺼번에 부각된 가운데 급등세를 보였다"며 "추가적으로 더 이상 빠지지 않을 것이란 투자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수주증가 기대감 높아=조선주들이 갑자기 급등한 배경으로는 ▦수주 증가 기대감 ▦저가 메리트 ▦IT와 자동차 등 주도주의 차익실현에 따른 매수세 유입 등이 꼽혔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빅3'의 수주금액은 지난 2008년 543억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20억달러로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회사 측이 내놓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보면 37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IT와 자동차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반면 조선주들은 1년 내내 하락했거나 횡보세를 보였다. 따라서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선까지 오른 시점에서 상당한 가격 메리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 우려 등으로 현대차(-4.50%)가 급락하고 LG전자(-7.63%)도 크게 빠졌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지난 분기 예비실적 발표로 차익실현 물량이 늘면서 3.33% 하락했다. 따라서 IT 및 자동차주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실현한 후 그 자금이 조선주로 몰려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조선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업황 개선 움직임 약해 장기투자 바람직=조선주가 '깜짝 급등'을 했지만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권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선가가 현재 바닥권이고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확연한 업황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여전히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단기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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