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 마니아인 30대 회사원 최창수(가명)씨는 퇴근길이면 편의점을 찾는다. 늦은 저녁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면서 마실 맥주를 사기 위해서다. 최근 그가 자주 찾는 맥주는 아사히·산토리 등 일본산. 부드러운 목넘김이 안성맞춤인데다 다양한 할인행사 덕에 가격도 싸져 한 번에 몇 캔씩 산다.
#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주부 한지영(가명)씨는 최근 기저귀를 일본산 '군 기저귀'로 바꿨다. "흡수력이 좋고 통풍도 잘돼 아기 피부가 짓무르기 쉬운 여름에 제격"이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서다. 한씨는 "기능성이 우수한데다 엔저 효과로 가격도 저렴해 기저귀를 바꾼 데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공포가 수그러진데다 엔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맥주를 비롯해 기저귀 등 생활용품, 카레·스낵 등 식품, 여행상품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장착한 '메이드 인 재팬'의 역습이다.
16일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가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군 기저귀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급증했다. 군 기저귀는 한때 뛰어난 품질과 기능성으로 국내 주부 사이에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꼽히던 제품이었다. 하지만 일본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급감했다가 최근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아사히·산토리·삿포로 등 일본 맥주도 마찬가지다. GS25와 세븐일레븐에서의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1.9%, 110.0%나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일본 카레·스낵 매출도 각각 20.7%, 37.7% 증가했고 롯데마트에서도 일본 스낵과 사케가 각 13.8%, 38.6% 더 팔렸다.
일본 여행상품에도 엔저 효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이 14일까지 판매한 일본 여행상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나 껑충 뛰었다. 오픈마켓 11번가도 같은 기간 일본 여행상품이 103% 확대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일본행을 택하는 이들이 훨씬 더 늘 것이라고 업체들은 내다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원전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잊혀진데다 엔저로 가격까지 싸지다 보니 일본 상품이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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