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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구조조정] "총수 독단경영 이젠 안통한다"
입력1998-12-08 00:00:00
수정
1998.12.08 00:00:00
대기업 왕국의 황제노릇을 하던 재벌총수들의 권한이 「12·7 개혁」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정부와 5대그룹이 합의한 구조조정 추진합의문에 주주권익 보호, 기업경영의 투명성 보장 등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벌총수들은 앞으로 기업경영권의 가족승계나 동물적 감각에 의한 신규사업 진출 등 그동안 누려왔던 기업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는데 제동이 걸리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7일 5대그룹 총수들에게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경영능력이나 적성이 없는 사람이 경영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묻고 『이 점에 대해 상당한 반성과 시정이 있어야 한다』며 가족중심의 경영체제에 대한 개선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부도가 난 대기업중 창업자의 2세들이 이끌던 기업들이 많았다는 데 대한 질책으로 현재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2세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요인이 될 전망이다. 창업자의 가족이 이번 합의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앞으로는 창업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도 없이 「왕위」를 계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재벌총수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결정권도 크게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총수 1인의 결정으로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기업경영 행태를 보여 왔으나 앞으로는 기업지배구조가 선진화돼 기업총수 마음대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없게 됐다. 신규사업의 시행여부는 채권은행단의 심사를 거쳐 주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되며 이업종 계열사간 신규 상호채무보증이 되지 않아 신규사업 진출이 쉽지 않게 됐다. 예전처럼 총수 개인의 판단으로 기업을 설립한다 해도 내년부터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계열사의 자금지원 등 부당한 내부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총수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사업진출이나, 사금고화를 위한 기업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 신규사업의 경우에는 주채권은행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져 주주의 권익이 최우선으로 보호를 받게 되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돼 총수독단으로 기업을 경영하는게 어려워진다. 형식에 그치고 있는 사외이사 및 감사제도도 활성화돼 이들이 총수의 전횡을 막는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의한 타의로 시작됐다 하더라도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예전과 같은 「황제경영」체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총수들은 이번 합의로 곧바로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여전히 가장 강력한 권한중 하나인 인사권을 갖고 있어 그룹내에서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당분간 기존 총수체제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는 과도기적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후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시 종전과 같은 황제경영체제로 회귀할지, 아니면 소유와 경영이 실질적으로 분리되는 체제로 발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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