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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김각중회장 재추대 의미
입력2001-02-13 00:00:00
수정
2001.02.13 00:00:00
전경련 김각중회장 재추대 의미
정부·재계 가교역 무난한 수행 반영
전경련 회장단ㆍ고문단이 김각중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재추대했다.
'재계의 본산(本山)'으로 지적되는 전경련의 수장의 결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김각중 회장 추대의 의미
김 회장은 그동안 무리없이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재계 의 원로로서 정부와 재계를 잇는 가교역할을 무난히 수행해 온 것. 이는 앞으로도 정부와 재계의 관계에 큰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재계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가 기업들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화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와 협력할 것을 강조해 왔다.
'강한 전경련'이 아직은 이르다는데 재계가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도 의미로 꼽을 수 있다. 재계는 내년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다 그동안 정부의 '개혁대상'으로 지적되면서 그동안의 위상이 크게 약해진게 사실이다.
대한상의와 '맏형론'으로 갈등을 빚은 것도 전경련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 LG, SK, 현대차 등 유력기업들의 오너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대상자들이 모두 회장직을 고사한데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화합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정부와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처럼 앞으로 전경련이 경영 외적인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김 회장이 재계 원로로서 회원사들을 잘 이해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온 것도 유임의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김각중號 과제
김 회장은 무엇보다 재계 단합과 정부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IMF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각사 이기주의를 보이는 등 단결된 재계의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약화된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은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를 단결시킬 수 있도록 돌파구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번 회장 선임과정에서 유력한 후보자들이 대부분 회장직을 고사한데다 김회장 조차도 아직은 "회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전경련 회장'의 위상조차 크게 약화된게 사실이다.
정부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것도 과제. 당장 근로시간단 축, 2차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계 현안을 해결해야 하며 기업간 이해가 엇갈리는 2차 산업구조조정도 자율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김각중 회장 추대되기까지
김 회장이 '재계의 수장'으로 불리는 전경련회장에 추대되기까지의 과정은 재계가 처한 현실만큼이나 진통의 연속이었다.
전경련 회장단ㆍ고문단이 최적임으로 본 사람은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물러난 뒤 생긴 공백을 정 회장 스스로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역대 전경련 회장 가운데 회장직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드믄 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외부의 반대에 부딛혀 정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는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정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끈질긴 권유에도 이를 굽히지 않았다.
이어 물망에 오른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등이 모두 '불가'의 뜻을 강력히 고수하면서 '불발'에 그쳤다. 이들과 함께 후보자로 오른 사람이 손길승 SK회장. 하지만 손 회장은 회장단 회의에서 "맡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평소 "전경련이 재계의 이익단체인 이상 오너가 맡는게 순리"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즉 전경련의 취지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순리를 역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 여기서 급부상한 사람이 조석래 효성회장. 조 회장은 전경련 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고, 나이(66)도 적당하다는 것
하지만 조 회장은 PBEC(태평양경제협의회) 부회장으로 내년에는 회장에 선임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회장직을 고사했다.
이 단체는 아시아 지역 2,000개 기업이 회원으로 있는 거대조직이어서 전경련회장을 겸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일반적이 분석. 결국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단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었던 '김각중회장 연임'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12일 추대 이후에도 김 회장은 건강 등 개인사정을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오는 15일 총회까지 김회장을 어떻게 설득할지 지켜볼 일이다.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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