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위임 제도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결권 위임이나 대리행사를 권유할 만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주명부를 열람할 수 없다 보니 설득할 상대방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에 표 대결이 펼쳐진 성창기업지주 주총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위임을 촉구할 만한 시간이 나흘가량에 불과했다. 2월28일 주총 공시가 나온 후 약 2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달 13일 주총 기재정정 공시가 뜨면서 바뀐 안건 내용에 따라 위임장 양식을 새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주총 개최일까지 고작 나흘이라는 시간 내에 불특정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대리 행사 및 위임을 권하고 인감이 날인된 위임장 문서를 다시 우편으로 회수하는 등의 과정을 처리해야 했던 셈이다.
주주명부를 열람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김씨는 "최대주주 및 경영진은 주주명부를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지만 소액주주는 안 된다"며 "위임장 권유 대상을 효과적으로 물색할 수 없기에 인터넷 등지에 불특정다수의 주주를 상대로 비효율적인 권유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의결권 위임에 관련한 제도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주주명부 열람 신청을 회사 측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전자투표제와 같은 소액주주권 보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시스템하에서는 소액주주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윗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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