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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씨 빌렸다는 110억 어디로?
입력2003-08-16 00:00:00
수정
2003.08.16 00:00:00
박정철 기자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총선 과정에서 조성한 선거 자금의 규모와 용처, 사후 처리 등을 놓고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민주당이 권 전 고문의 진술에 따라 입장을 수시로 바꾸고, 권 전 고문의 주장을 입증할 회계장부 등 근거 자료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권 전 고문이 총선을 앞두고 김영완씨 등으로부터 빌렸다는 110억원의 당 입금 여부다. 권 전 고문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권 전 고문이 선거 끝나기 5일 전 평생 당원들로부터 100억원, 김씨로부터 10억원을 빌려 당에 입금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사무총장으로 선거자금을 관리했던 김옥두 의원은 사건 초기 “문제가 되는 어떤 돈도 당에 유입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권 전 고문의 `당 입금` 발언 이후 뒤늦게 “확인 결과 권 전 고문이 빌린 돈이 적법하게 입금돼 선거법에 따라 처리됐다”고 말을 바꿨다.
또 당시 당 지도부는 권 전 고문이 입금한 돈에 대해 “일부는 차용증서를 써줬다”고 밝혔으나, 권 전 고문측의 이석형 변호사는 “차용증은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돈 변제 여부와 관련, 권 전 고문측은 “당에서 80억원을 갚은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지만, 당은 변제 액수나 차입금의 회계처리 방식 등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이 총선 직후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2000년 1~5월 정당회계 보고서`에는 차입금이 31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기본적인 수치조차 아귀가 맞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권 전 고문의 돈이 공식라인을 통해 당에 흘러 들어간 게 아닌 것 같다”, “권 전 고문의 진술에 따라 민주당이 짜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전 고문은 또 당초 “김영완씨에게서 빌린 10억원을 제외하고, 현대로부터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선 “현대 김윤규 사장으로부터 후원금 13억원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권 전 고문이 당시 대가성 있는 자금은 아니더라도, 후원금 등의 형태로 현대 등 여러 업체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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