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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플레
입력2003-09-21 00:00:00
수정
2003.09.21 00:00:00
대한민국은 `특별`한 나라다. 태풍 피해를 해마다 반복하는 나라는 적어도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에서는 없다. 대자연과 맞짱 뜨려는 대가는 참혹하다.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할퀸 6시간 동안 사망ㆍ실종자만 130여명에 달한다. 태풍 `루사`로 270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지난해에 이어 연이은 참변이다.
자연재해는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다. 지구촌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도 비켜가지 못한다. 지난주 중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태풍) `이사벨`은 15시간 가량 북진하며 25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350만명은 정전으로 암흑 속에 갇혀 지냈다. 그런데 사망자는 단 9명뿐이다.
아무리 사는 수준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런 차이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그것은 우리의 `특별함` 탓이다. 원칙이 없다는 얘기다. 태풍 피해에서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한 비결은 정부당국의 철저한 사전대비와 시민의 안전의식에 있다. 우리는 정반대다. 사전경보와 주민 비상대피 같은 시스템도 없지만 국민의식도 떨어진다. 한국인은 태풍이 몰아쳐도 고향에 가고 친구 만나 골프치고 장사한다.
재난 이후 처리도 마찬가지다. 그때 그때 임시처방으로 일관하는 게 굳어졌다. 지난해 논란 끝에 만들어진 `특별재해지역` 지정과 선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큰 비가 오는 지역은 앞으로 모조리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지역의 피해가 과장 집계되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물론 재해를 입은 지역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도 일반론과 원칙이 기본이다.
원칙과 시스템에서 벗어난 `특별`은 비단 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속철도 구간을 둘러싼 논쟁은 공기를 지연시킨 끝에 원래 계획대로 돌아왔다. 뿐이랴. 높은 사람들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대형 국책사업은 하나같이 비틀거리고 있다. 북한산 관통터널 공사가 그렇고 새만금이 그렇다. 원칙이 정해진 사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불신과 예산증가를 초래했다면 `특별한 관심=자연과 맞먹으려는 특별한 무모함`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원칙이 필요한 때다.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도 정부의 말발이 듣지 않는 `특별 인플레`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홍우 경제부차장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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