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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아닐로그 융합 따뜻한 신문명이 뜬다"

디지로그 선언- 이어령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꿈보다 해몽인 법. 한 때는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을 망칠 거라고 예고했건만 IT시대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 발전의 원동력으로 칭찬한다. 끈끈한 정(情)의 문화가 산업화에 방해가 됐다지만, IT시대엔 차가운 금속성 기술에 인간미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른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우한 ‘디지로그’(dogilog)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을 잘 쓴다는 ‘전방위’ 문화비평가 이어령씨가 낸 ‘디지로그-선언’은 향후 한국을 주도할 경제, 문화의 코드는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한 ‘따뜻한 신문명’ 디지로그에 있다고 말한다. 지식정보사회는 되레 물질이 아닌 ‘감동’을 기본으로 한다. 받는 사람이 없는 휴대폰, 대화 상대가 없는 인터넷 메신저는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을 0과 1로 쪼개놓은 디지털 기술도 결국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속에서 쌍방의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식 문화가 정보 사회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쳐지나는 우리의 일상에 숨겨진 한국인만의 지혜를 발견하는 건 이어령씨의 책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한국인만의 젓가락 문화, 비빔밥 문화, 시루떡 문화를 통해 차가운 디지털에 따뜻한 감성을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60년대 이미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통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옮겨가야 함을 역설했던 저자의 혜안이 최첨단 IT 시대에도 녹슬지 않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더라도 일상과 고전, 첨단을 넘나드는 화려한 지적 향연만큼은 놀라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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