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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1년] 6~64대그룹 구조조정 현황
입력1999-02-25 00:00:00
수정
1999.02.25 00:00:00
「이제 5대그룹외에는 재벌그룹이 없어졌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 1년을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6~64대그룹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5대그룹과 더불어 멈추지 않는 문어발식 경영으로 「아류 재벌」로 행세해왔던 이들 그룹이 IMF라는 불의의 일격으로 「그룹」의 간판을 사실상 내리게 됐다.
이제는 5대그룹을 제외한 기존 6~64대그룹에게 「재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어색한 실정이다. 30대그룹 가운데 절반은 이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화의·핵심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해 「그룹 해체」의 과정을 걷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말해준다. 「타의반 자의반」의 거센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룹」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모범 사례」도 등장했다. 남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그룹들은 「청와대 인증」까지 받아가며 「뜨는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나머지 그룹들도 핵심 계열사의 매각을 통해 막대한 외자를 유치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5대그룹을 제외하고 그룹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한국 재벌의 특징인 「선단식 경영」도 거의 유명무실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룹이 사라져가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 선정한 6~64대그룹 가운데 거평·세풍·강원산업·아남·쌍용·갑을·벽산·신호·동국무역·고합·진도·우방·동아·신원·대구백화점 등 15개 그룹이 이미 워크아웃을 통해 그룹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다.
또 화의를 진행하고 있는 뉴코아·진로·해태 등은 개별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력 계열사들이 화의 또는 법정관리 상태인 한라도 미국 로스차일드사를 통해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중 적지 않은 그룹들이 지난 97년 한보·기아·삼미 등이 30대 그룹 명단에서 퇴출된 것 처럼 30대그룹 대열에서 탈락할게 확실시되고 있다.
◇다이어트 열풍이 분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워크아웃중인 6~64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6%의 계열사가 정리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그룹 248개 계열사중 195개사가 매각·청산·합병 등의 정리 방침이 확정됐고, 이 가운데 46개사는 이미 정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쌍용은 쌍용자동차·쌍용제지·쌍용투자증권·쌍용건설 미국법인 등을 매각한데 이어 쌍용정유도 매물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쌍용은 쌍용양회를 축으로 한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은 14개 계열사중 ㈜신원·신원유통·신원JMC 등 3개업체만을 주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화이자의 보유 지분을 378억원에 매각했으며, 신원종합개발·신원인더스트리·광명전기 등 3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나머지는 매각을 추진중이다.
또 강원산업그룹은 14개 계열사를 강원산업과 삼표산업에 통합, 계열사를 2개로 줄여나가고 있다. 다른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구조조정도 이와 별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워크아웃 대상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나머지 그룹도 마찬가지다. 효성그룹은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주력 4사를 ㈜효성으로 단일화했다. 한화도 한화에너지·한화기계 베어링부문·한화바스프우레탄·경향신문 등을 잇따라 정리했다.
핵심사업을 팔아서라도 외자를 유치해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하고 부담이 되는 한계사업은 가차없이 버림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알짜기업 팔아 계열사 살린다=한라그룹이 지난해초 브리지론이란 방식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너나 할 것없이 외자유치에 나섰다. 대상그룹은 세계적인 라이신사업을 독일 바스프사에 매각, 6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여 일치감치 IMF 극복을 선언했다.
한화그룹은 외자유치의 대표주자격. 한화그룹은 한화기계 베어링부문(3,000억원), 한화바스프우레탄(1,200억원), 한화종합화학 과산화수소부문(3,900만달러), 한화NSK정밀(200억원), 한화투자신탁지분 20%(60억원), 한화GNK(32억원), 한화자동차부품(280억원), SKF 한화자동차부품(30억원) 등 총 9개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외자유치를 완료했다. 그 결과 한화는 지난해 11개 협조융자 기업중 유일하게 2,095억원의 협조융자액을 전액 상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효성그룹도 효성바스프 보유 지분을 바스프사(3,000억원)에, 효성ABB 지분을 ABB사(1,550만달러)에 매각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한솔그룹의 경우 한솔제지가 10억달러, 한솔PCS가 세계적인 통신업체인 캐나다 BCI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억5,000만달러의 외자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코오롱그룹도 한국화낙(2,000만달러), 코오롱메트(320억원) 등을 매각했다. 나머지 그룹들도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실한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만이 뜬다=「청와대 인증」까지 받아 놓은 두산·대상·삼양사·한국타이어·동아제약·동양화학·한솔·한화·유한양행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그룹은 핵심 우량 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하고, 남보다 한발 앞서 계열분리·자산매각·인원정리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대표하는 두산은 지난 96년 우량기업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던 3M·코닥·네슬레의 지분과 OB맥주의 영등포 공장부지, 코카콜라 음료사업부문 등을 매각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두산상사·기계·전자 등 8개사를 ㈜두산으로 통폐합했으며, 본사 사옥 등을 매각하고 씨그램, 벨기에 인터브루 등으로부터 총 3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지난 96년 688%에서 지난해에는 400%대로 줄어들고 그룹의 실적도 800억원대의 흑자로 돌아섰다. 다른 기업들도 이와 흡사한 핵심부문의 매각 등을 통해 IMF 시대에서 「뜨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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