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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재정과 경기
입력2003-07-01 00:00:00
수정
2003.07.01 00:00:00
권홍우 기자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정정책`, `승수효과`….
최근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이런 용어들이 자주 나온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돈을 쓴다는 정도로 이해되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용어 자체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럼 재정과 경기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재정과 경기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보통 사람들의 살림살이인 가계를 연상하면 된다. 가계와 재정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비슷하다. 가계가 한 집안의 살림살이라면 재정은 국가의 살림살이인 것이다. 가계는 주부가 꾸리고 재정은 국가가 맡는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위해 주부는 애들을 교육시키고 미래에 투자한다. 국가는 산업구조 고도화, 고부가치화를 위해 중장기계획을 짜고 실행한다. 단기처방도 마찬가지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 몸이 약해졌다면 보약이나 건강식을 사먹이 듯 경기가 흔들리면 국가도 약을 투입한다.
나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처방전은 크게 3가지다.
▲예산을 늘리거나 미리 당겨서 쓰는 방법(재정정책)
▲세금 감면(조세감면 정책)
▲금리 인하(금융정책) 등이다. 물론 한꺼번에 세 가지 처방을 쓰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어려울수록 그렇다. 최근 대규모 재정지출과 조세감면안을 통과시킨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약을 투입하면, 즉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조세정책부터 알아보자. 정부의 수입원은 주로 세가지. 세금과 수수료ㆍ벌과금, 공기업의 이익금(주식매각대금 포함) 등이다. 정부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과 가계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소비하고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상태라고 판단되면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가 돈을 푸는 재정정책도 같은 효과를 낸다.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부진할 때 정부지출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세입내 지출, 즉 들어온 한도 내에서 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어려운 경우라면 정부가 돈을 빌려서라도 시중에 풀게 된다. 이를 적자 재정이라고 한다. 재정정책은 보통 조기집행-추경예산 편성-추가 추경예산 편성 등의 순으로 집행된다. 우리 경제는 지금 두번째 단계까지 와 있다. 아직까지 적자재정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추가로 추경예산을 편성하려면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세감면과 재정지출 확대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논쟁이 분분하지만 교과서대로라면 효과는 동일하다. 시기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확대의 효과가 더 크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는 거의 사라지는 대신 감세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이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효과를 오랫동안 지속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추경 뿐 아니라 감세정책의 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확대 정책 일변도를 걸어온 일본과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을 적절히 조합해온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감세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너도 나도 감세와 조세특례를 요구하는 통에 이를 다 들어주다가는 살림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안에 마련할 세제 개혁안과 중장기 세입추계 등을 감안해 감세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빨라야 3ㆍ4분기말 경이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금리정책도 주요한 정책수단의 하나다. 투자와 소비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자금을 쓰겠다는 투자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금리가 내릴 대로 내린 상황인데다 이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수요도 많지 않아 금리정책의 효용성은 이전보다 훨씬 떨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관심사는 재정조기집행, 금리인하, 추경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재정정책의 효과다. 과연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보탬이 되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4조원의 추경은 국내총생산(GDP)를 약 0.5%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효과는 올해 안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올 하반기 중반 이후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분산돼 발생한다.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재정은 그 자체보다는 흐름을 개선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미국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등 전세계적인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의 재정정책이 약발을 발휘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도한 재정정책은 국가의 살림살이를 적자구조로 몰고 간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재정적자가 더 큰 재정적자를 부르는 구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앞으로도 재정정책이 더 나올 여력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추경 증액, 추가추경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추가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건전재정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주식투자자에게도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살아나면 전반적인 시장여건과 흐름개선은 물론 재정자금 방출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특정종목도 각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주 등이 대표적인 재정관련주로 꼽힌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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