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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강진단 '허수' 많다
입력2001-08-12 00:00:00
수정
2001.08.12 00:00:00
병원 수익성 고려 투망식 운영 피검자 반발"지난해 말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 간 건강이 의심스럽다는 진단이 나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큰 마음먹고 정밀진단을 받아보니 문제가 없더군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돌렸습니다만 놀림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남ㆍ대기업 근무 38세 김모씨)
"4년 전 종합병원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집안의 모든 식구들이 순식간에 불안감에 휩싸인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속는 셈치고 다른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받아 보니 치료할 필요가 없는 '석회결절'이었습니다."(여ㆍ주부 45세 이모씨)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나이가 들면 한 번쯤 받아 봐야겠다고 마음먹는 종합건강진단.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생각하면 건강이 평생 밑천인 이들에게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지만 수 십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이처럼 큰 마음을 먹고 받아야 하는 종합건강진단이 지나치게 병원수익성 위주의 투망식으로 돼 있는데다 겁주기 식 통보가 횡행해 피검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특히 일부 병ㆍ의원은 현실적으로 발생자체가 드물고 조기발견 효과마저 검증되지 않은 난소암이나 뇌종양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같은 고가의 검사와 유방암 확진을 받은 후에야 필요한 특수검사까지 처음부터 권하고 있어 검진의 근본적인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각급 종합병원에서 실시하는 검진항목은 70~80여개. 검사비용도 자그마치 30~40만원이나 들어간다.
그러나 종합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질환은 비만이 가장 많고 고지혈증ㆍ지방간ㆍ위염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방간의 경우 음식만 잘 조절하면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합병증만을 강조, 피검자들에게 불필요한 심적 충격을 주고 있다.
A병원 진단방사선과 K교수는 "종합검진 시 엑스선 검사를 통해 폐결핵이나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은 사람의 10명 중 9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 면서 "이는 검사기관의 실적위주 통보방식과 의료사고에 대비해 정상범위에 드는 피검자도 '양성'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상 전혀 질병이 없는데도 환자 아닌 환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피검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병리검사 결과만으로 판정을 내리는 현행 검진방식의 구조적 모순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누구나 두려워 하는 암 검사의 남용은 더 큰 문제다. B대병원 암 전문의 L교수는 "일부 암 검사의 경우 지나치게 과다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표적인 검진중의 하나가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는 CEA(암 지표물질) 검사"라고 말했다.
그는 "혈액 중 CEA 검사는 암이 없어도 흡연자의 33%가 기준치 이상의 수치를 보일 수 있다"면서 "CEA는 경향을 알거나 수술 후 재발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인데 단순한 수치로 피검자들에게 겁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병원 전문의는 "종합건강진단은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검사를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전문의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설명, 꼭 필요한 검사만 선택해 받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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