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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신뢰 날개없는 추락

수년전, 동남아 출장 때 사회주의 국가인 A국의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관심사를 받으려고 입국자들이 한 줄로 쭉 늘어서 있는데 기자의 바로 앞에 있던 중년의 여성 차례가 됐다. 그러자 그 여성은 지갑을 꺼내더니 달러지폐 한장을 꺼내 들었다. 지폐를 여권 밑에 놓고 심사원 앞으로 가더니 자연스럽게 함께 내 밀었다. 심사원은 지폐를 보자 자기 호주머니에 넣더니 태연하게 여권을 돌려줬다. 기자가 놀란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이후 그 나라 사람들에게 내가 본 `놀라운 경험`을 얘기했으나 그 사람들은 오히려 차분한 반응이었다. 사회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부패를 인정하면서도 그 나라의 정치지도층이 아주 청렴하고 국민들로부터도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들의 자신감의 기반이었다. SK그룹의 대선 정치자금 제공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검찰에서는 한나라당이 거액을 받았고 민주당과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많은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그러나 검찰 소환대상자인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나 최도술 전 비서관은 “SK로부터 받은 돈이 없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정치자금 수수설이 흘러나오면 “ 받은 적이 없다”거나 “공식적으로 받아 영수증 처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수설이 사실로 드러나 처벌받는다. 정치인들의 말을 거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부패나 국정혼선으로 권력핵심의 권위가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고 일컫는 인물들이 잇따라 수뢰설에 휘말리면서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 문앞까지 와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집값 폭등, 최악의 경기부진 지속, 좌우 이념대립 격화, 북한 핵 위기상황의 지속 등으로 국정혼선과 청와대의 인기추락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당대표들이 청와대 초청 자리는 거부하고 국회의장이 부르는 자리에는 참석했을까.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들을`비난`하지 않는다. 그 상태를 넘어섰다. “이러다 나라가 잘못 되는 것 아닌가…”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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