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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마타'
입력2000-03-31 00:00:00
수정
2000.03.31 00:00:00
‘스티그마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면, 비록 독실한 신자라 하더라도 한번쯤 품어 봄직한 생각. ‘정말 성서에 적힌 그대로가 예수의 복음일까?’‘교회만이 진정한 신앙의 초석일까?’ ‘스티그마타’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예수의 숨겨진 복음의 존재를 종교적 미스터리와 공포의 형식으로 찾아간다. 스티그마타 (STIGMATA)는 예수가 죽을때 입은 상흔이 독실한 신자에게 그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손과 발에 못이 박히고, 등에 채찍을 맞고, 가시관이 이마를 찌르고, 마지막 창상이 온몸을 피로 물들이는 5가지의 고통으로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초자연적인 힘. 그 엄청난 고통을 신자들은 영광으로 받아들여 왔다.그러나 ‘스티그마타’는 신자가 아닌 보통사람을 통해 그 종교적 미스터리의 해답을 제시한다. 브라질 한 교회에서 죽은 신부의 묵주를 우연히 갖게 된 평범한 미용사 프랭키(패트리샤 아퀘트)에게 스티그마타가 나타난다. 그녀를 조사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파견된 앤드류 신부(가브리엘 번). 프랭키의 스티그마타를 통해 그는 50년 동안 바티칸이 숨겨온 예수가 직접 전한 복음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티그마타’는 신앙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독선과 왜곡에 거부감을 느낀다. 당연히 교회중심의 종교에 대해 다분히 비판적이다. 그것은 스티그마타를 겪는 프랭키가 신자가 아니라는 설정과 그녀를 통해 예수의 복음서가 밝혀진다는 사실, 앤드류 역시 과학자이자 신부로 설정된 것에서 드러난다. 그 복음서가 아랍어로 쓰여졌다는 것도, 교황청이 기득권과 편의주의로 그것을 숨기려 신부들을 파문시켰고, 프랭키마저 죽이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수가 직접 전한 복음서를 빌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목자도 교회도 필요없다. 한낱 나무조각에도, 돌에도 내가 있다. 주의 왕국은 너 마음 안에 있다. 이 뜻을 아는 자, 죽음에서 벗어나리라. ”
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메세지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그마타’는 충격적이지 않다. 그것은 영화가 메시지의 진정성 보다는 그것을 영화의 오락성인 신비로움과 공포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루퍼트 웨인라잇은 강한 음악과 현란하고 몽환적인 시각효과를 자랑한다. 강한 록사운드, 여러가지 이미지를 빠르게 중첩시킨 영상이 눈과 귀를 자극하지만 그것들이 관객의 내면의 공포심까지 자극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90년대 MTV 버전의 엑소시스트’ 정도에 머물고 말았다. 그 스타일에 짓눌러 패트리샤 아퀘트도, 가브리엘 번도 내면 깊숙한 연기나 심리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4월 1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입력시간 2000/03/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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