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신뢰를 갖고 있어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여도 한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꾸준히 유입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더라도 급격한 자금 유출은 없을 것입니다."
사이먼 데릭(사진) BNY멜론 수석외환전략가는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와 원화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데릭 수석외환전략가는 "양적완화 축소 얘기가 나오면서 신흥 시장과 개도국에는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지만 영국ㆍ호주ㆍ일본 등 선진 시장과 한국ㆍ대만ㆍ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인도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브라질 등은 큰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은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양적완화 시기는 내년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 3월까지는 채권 매입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준금리 인상도 2015년 중반 이후에나 실시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선진 시장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양적완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경제 펀더멘털이 차별화된 지역의 유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데릭 수석외환전략가는 해외 각국이 바라보는 원화 가치에 대한 평가도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원화를 선진국의 화폐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원화가 다른 신흥 시장의 화폐와 비교해서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인덱스를 기준으로 앞으로 12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원화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1년 동안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들이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한 화폐전쟁을 벌이면서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각국이 외환 보유액 다변화를 추진한 데다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환율 자유화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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