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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순수예술이 만나면…

"상품 이미지 고급화하자"<br>자동차·화장품 회사들 예술접목 전시회 잇달아

BMW의 소프트랜딩전 김유선의 '핑크 테라피'

클리오의 꿈꾸는 화장품전한젬마의 '미인 친구'

상품과 순수예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인 듯 하지만 최근 미술 전시장에는 자동차ㆍ화장품 등 용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BMW가 기획한 '소프트 랜딩'전과 화장품 전문회사 클리오가 마련한 '꿈꾸는 화장품'전 등 상품의 이미지 고급화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가 한창인 것. 예술의 창의성을 입은 상품은 또 다른 의미의 작품으로 변신해 관람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BMW는 국내 젊은 작가들에게 지난 8월 BMW 7시리즈 차체의 일부를 소재로 제공하고 작품을 의뢰, 그 결과를 카이스갤러리에서 8일까지 전시한다. 아트마케팅을 활용해 잠재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참여한 작가로는 보닛 위에 유화를 그린 남경민, 자동차 그릴과 범퍼를 활용해 조각한 최태훈, 바퀴를 촬영한 김수강, 자동차 문에 자개를 붙여 조각 같은 그림을 선보이는 김유선 등 차가운 철판과 자동차 부품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김영은 BMW그룹 상무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아트마케팅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형태 및 결과를 가늠키 어려워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며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나온 만큼 서울 전시가 끝나면 전국투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인 ㈜클리오도 각종 화장품을 소재로 한 회화ㆍ판화ㆍ조각ㆍ설치ㆍ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인사아트센터서 올해 세번째 마련한 '꿈꾸는 화장품'전에는 한젬마ㆍ데비한ㆍ강선미ㆍ이중근 등 젊은 작가 8명이 참여해 립스틱ㆍ아이섀도우 등 클리오 화장품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클리오는 화장품 용기를 작가들의 작품으로 디자인해 고급화를 지향하는 등 예술을 상품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가를 상품군으로 끌어들여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팝아티스트 낸시랭을 아트 디렉터로 활용해 패션상품을 소개했던 패션전문기업 쌈지는 최근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디자인을 적용한 패션 브랜드 '앤디 워홀'을 새로 선보였다. 앤디 워홀 재단측에서 라이선스를 얻은 아트상품과 구두ㆍ가방ㆍ의상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한 것.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인사동 쌈지길에는 워홀의 대표작 마릴린ㆍ구두ㆍ꽃ㆍ권총ㆍ바나나 등 대표 시리즈 판화와 보기 힘든 대형 태피스트리를 전시했다. 이와 함께 팝아트적인 소재를 다루는 한국작가 40여명의 작품을 내년 1월 25일까지 전시한다. 미술계의 한 전문가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남은 가장 유효한 장르는 예술"이라며 "예술가를 지원하고 상품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은 기업과 예술 양측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프리미엄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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