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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메뉴' 연기금에 시장반응 냉담
입력2001-04-04 00:00:00
수정
2001.04.04 00:00:00
장기보유자 배당소득 면제는 당국자도 반신반의증시부양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연기금이 다시 부양카드로 동원됐다.
정부는 연기금으로 실탄을 장전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을 받쳐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부양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2조2,000억원의 연기금 특별펀드를 만들어 주식시장에 쏟아붓고 추가로 이달 초에만 8,000억원을 주식매입에 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포함해 총 6조원이란 자금을 증시부양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장분위기가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역시나"하는 실망감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침체된 투자심리가 쏟아내는 실망매물은 보기좋게 꾸며놓은 증시부양책이 발표된 4일 하루 주가도 받쳐주지 않았다. 시장은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실효성 없는 연기금 카드
정부는 지난달 청와대오찬을 통해 비슷한 증시부양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현재 10%(8조원)에 불과한 국민ㆍ사학ㆍ공무원ㆍ우체국 등 4대 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을 2~3년 내에 20%(25조원)수준으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급락세를 멈추지 않아 500선이 무너지는 참변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발표된 연기금 투자확대방안이 시장에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준 이유는 너무 식상한 메뉴인데다 립서비스성격이 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올해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6조원의 연기금 규모는 묘하게도 연기금의 자연증가분과 일치한다.
삼성증권의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의 증가추세를 바탕으로 추정해볼 때 올해와 내년 순증규모(예상치)는 각각 120조원과 170조원으로 이 가운데 5%만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연기금의 주식매수여력은 올해 6조원, 내년 8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안정이 우선돼야 할 연기금이 툭하면 위험이 큰 주식시장의 실탄으로 동원하는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약 5,000만명의 은퇴자들이 연기금을 통해 모두 1조5,000억달러이상을 투자해왔으며 이 중 상당한 자금이 증시에 들어가 있다 .
그러나 최근의 증시 폭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심지어 일부 은퇴자의 경우 파트타임으로 일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돌이켜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검증받지 못한 부양대책
연기금 투자확대 외에 장기주식보유자에 대한 배당소득 비과세, 분기배당제도 도입, 원금보장 투신상품 판매 허용, 서울보증보험에 공적자금 투입 등도 이날 논의된 작품들이다.
대부분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들이다. 특히 장기주식보유자에 대해 배당소득을 면제하겠다는 발상은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조차 고개를 갸우뚱했던 대목이다. 그는 "단기매매가 대부분이고 배당소득보다는 자본소득위주의 투자패턴을 갖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증권거래소가 분석한 '증권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주식보유기간은 5.8개월로 11개월인 외국인투자자들에 비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즉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오는 12월 결산법인 배당을 기준으로 할 때 주식시가를 배당액으로 나눈 배당수익률이 세후기준으로 4.3%, 비과세일 경우 5.2%에 달해 국공채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목양균 굿모닝증권 영업부 부장은 그러나 "올 결산법인들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것은 주가가 급락한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를 주당배당금으로 나눈 시가배당률은 주가하락의 경향으로 지난해 2.53%에서 올해 5.6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반증이다.
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고 배당수익률도 크게 낮은 국내에서 분기배당제도를 도입해 매수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시장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투신상품을 허용하려는 계획은 시장경제를 강조해온 정부에 또다른 후유증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주 서울보증보험에 지급될 7,000억원은 투신권으로 흘러들어가 매수체력을 다소 보강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결국 '돈먹는 하마'투신사들로 또 혈세가 들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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