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둬왔지만 자금난 등으로 인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했다.
창업주인 박병엽 당시 부회장이 직접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2천300만 달러(약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지만 스마트폰의 연구개발(R&D)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박 전 부회장은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9월 회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둔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팬택은 전 직원의 3분의1인 800명에 대해 6개월 무급휴직과 해외사업의 정리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계속해 왔다.
팬택이 이번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자체 판단이라기보다는 채권단 쪽에서 사실상 워크아웃을 신청하라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0일에 “팬택은 많은 적자를 기록 중이고 현재 상태로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더 지원하기 어렵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추가 자금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채권단이 오히려 팬택의 유동성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인’을 준 셈이 된다.
만약 채권단이 팬택이라는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봤다면 워크아웃 신청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처분하는 쪽으로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택은 앞선 1차 워크아웃 직후인 2007년 3분기부터 워크아웃 졸업 직후인 2012년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팬택이 브랜드 인지도가 여타 대기업보다 낮기는 하지만 기술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도 채권단이 팬택에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려고 하는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를 내기 이전에 ‘태블릿폰’이라는 이름으로 5인치 스마트폰 베가 넘버5를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실적부진 속에서도 애플과 삼성전자에 앞서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폰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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