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유르겐 함브레히트(사진) 독일경제아태위원회 회장 겸 바스프 회장은 지난 4일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북 진출방안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함브레히트 회장은“옛 동독지역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인 투자이익을 가져오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과거 동독에 투자했던 서독 기업들은 최근 동독의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발트해 연안 국가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한도 거대 시장인 중국과 맞닿아 있는 만큼 북한에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며 “지속적인 개방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한간 정보교류와 접촉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경제협력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15~20년 내에 5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시아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아시아 국가 중 특히 한국의 근로자들은 능력이 뛰어나고 일에 대한 강한 열정도 갖고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많지만 중견기업이 없는 데 반해 독일은 중견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연구개발, 에너지 효율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브레히트 회장은 국내 투자환경에 대해 “어느 나라에나 관료주의의 문제는 있지만 이를 단순화하는 것은 참 힘들다”며 비효율적인 관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EU FTA와 관련 “글로벌 분업화 시대에 스스로 벽을 만드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며 개방을 통한 글로벌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표준화가 미국 중심으로 되어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유럽은 한국 경제규모의 10배에 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유럽 중심의 표준화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 유럽의 효율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관세장벽 철폐 및 표준화가 중요하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표준화가 이뤄지면 경제성장률이 0.5%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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