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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세계 생산공장’ 주도권 잡아라
입력2003-07-04 00:00:00
수정
2003.07.04 00:00:00
김영기 기자
`세계 생산 공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잔뜩 움추리기만 했던 국내 핵심 대기업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현지 진출 전략을 재점검, 투자규모를 늘리고 시기를 앞당기는 양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는 것과 맞물려 국내 생산기반의 공동화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다분하다.
◇생산벨트 구축하기= 기업들이 수립중인 중국 전략의 핵심은 생산 벨트 구성을 통한 전략기지 만들기와 거점 확대다.
삼성전자는 베이징ㆍ상하이ㆍ톈진ㆍ선양 등 8대 전략 도시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모듈 공장 등을 건설키로 했다. 구본무 LG회장도 “난징의 경우 과거 역사 때문에 일본 업체들이 진출하기 힘들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미래 투자가 집중될 것임을 시사했다. 국내 전자 업체들 사이에는 쑤저우를 중심으로 인근을 엮는 이른바 `삼각 벨트` 수립론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노 대통령의 베이징 생산공장 방문에 맞춰 중국 시장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내 거점 판매 지역을 100개로 늘리기로 했으며, 종전 각 성의 제1성도(城都)에 집중하던 전략에서 나아가 외곽의 제2 성도에 지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기업에서 ITㆍ금융으로=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은 여전히 핵심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IT산업과 금융권도 새로운 주류로 주목된다.
IT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의 두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업체들은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 아래 최근 들어 휴대폰 단말기, 이동통신 시스템 장비를 중심으로 무선인터넷플랫폼, 초고속인터넷 장비 등 거의 모든 분야로 진출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WTO 가입에 따라 통신서비스 분야에서도 단계적인 개방절차를 밟고있어 국내 관련기업들의 투자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도 우리ㆍ외환은행 등을 중심으로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 기업체나 교민대상의 소매금융에 치우쳤던데서 벗어나 씨티은행이나 HSBC등의 사례를 벤치마킹,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를 실험하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핵심 기술 유출 우려, 고부가가치화 절실=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진출전략은 국내의 `생산 공동화` 현상을 필연적으로 앞당길 수밖에 없다. 최대 흑자 기반이었던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 기조가 앞으로 5년이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무역포럼 기조연설에서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설비 투자는 연평균 3%정도씩 증가한 반면 중국은 10%대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대중 무역수지 흑자기조는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반도체와 LCD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진출이 핵심 기술의 유출을 불러올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현오석 무역연구소장은 “중국에 대한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가차원의 연구개발비 지원 등 민관합동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성진,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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